화학·소재

배터리 업계, 원재료 확보전 '치열'…왜? [IT클로즈업]

김도현
- 계약 규모 키우고 JV 만들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원재료 공급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전쟁 등 대외적 변수가 상존하는 탓이다. 주요 기업들은 원자재 재고량을 늘리는 대응에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사는 예년 대비 큰 규모의 소재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가 지난달 체결한 양극재 거래가 한 예다. 양사는 7조2000억원 수준의 재계약을 진행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물량으로 2년 전 이뤄진 계약 규모(1조4500억원)보다 약 5배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캐파)이 늘어나기도 했으나 업계에서는 하이니켈 양극재 부족 사태 대비 차원 물량 확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스텔란티스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2024~2025년에는 배터리, 2027~2028년에는 원재료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면서 “수요공급 불균형에 대응할 시간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전기차 시장 급성장이 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경기침체, 물류망 붕괴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으나 전기차는 관련 악재에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122.9기가와트시(GWh)로 전년동기(67.0GWh)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해당 수치에는 완성차업체 재고 정책 변화도 한몫했다. 일정량의 배터리를 미리 확보하려는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소재사도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각각 리튬·니켈, 흑연·동박 등을 경쟁적으로 주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동박 업체 관계자는 “구매량을 늘릴 테니 우리 쪽에 더 많은 물량을 배당해달라는 요구가 늘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큰 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이어 소재 합작사(JV)가 탄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스코케미칼-GM ▲LG화학-고려아연 ▲폭스바겐-유미코아 ▲삼성SDI-에코프로비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안정적인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산업 전반의 공급망이 불안정한 만큼 당분간 주요 업체들은 현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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