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여전히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라는 인식 때문에 몇 년간 주가가 횡보했다. 이제는 종합장비회사로 거듭난 만큼 이 부분을 널리 알리고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겠다.”
8일 에스에프에이 김영민 대표는 이날 충남 아산사업장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에스에프에이는 지난 1998년 세워진 회사다. 설립 초기 액정표시장치(LCD) 및 디스플레이용 글라스 제조장비를 통해 사세를 키웠다. 이후 물류시스템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2010년 초중반까지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에스에프에이는 손꼽히는 장비 기업이 됐다. 디스플레이 대표주자로 언급되기도 했다.
문제는 2010년 중반 이후다. 특정 고객사와 산업군에 메여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컸다. 이에 에스에프에이는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이 86%였다면 2021년에는 29%로 대폭 줄었다.
김 대표는 “디스플레이 분야가 부진한 가운데 배터리 유통 반도체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서 실적 하락을 막을 수 있었다. 향후 점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성장세가 큰 배터리를 필두로 유통, 반도체 등에 집중하면서 신사업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배터리 장비 매출 비중은 28%까지 올랐다. 사업을 본격화한 2018년 대비 약 3배 오른 수준이다. 디스플레이 노하우 접목한 물류시스템, 인공지능(AI) 적용한 외관검사기, 컴퓨터단층촬영(CT) 설비, 스태킹 및 디개싱 등 공정장비 등 수주가 연이어 발생한 덕분이다.
특히 올해는 해외 매출 확대가 예상된다. 김 대표는 “유럽 배터리 회사가 올해부터 양산 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유럽 업체는 턴키 발주를 선호해서 에스에프에이 같은 종합사가 프로젝트 총과하는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유통과 반도체 사업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두 분야 모두 자동화 설비를 중심으로 고객사와 거래를 늘려가고 있다. 유통은 물류센터 내 물건을 원활하게 이동하는 시스템, 반도체는 이송시스템(OHT)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OHT는 웨이퍼가 담긴 통(풉)을 운반하는 장치다. 공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웨이퍼를 각 공정 장비로 옮겨 준다.
김 대표는 “국내 유통 시장은 해외보다 관련 투자가 늦긴 했으나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 앞으로 7~8년간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매년 기록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처음 진입이 힘들지만 한 번 들어가면 성과가 계속 나오는 분야다. 국내외 고객사와 단계를 잘 밟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대비 지분 구조가 탄탄한 부분도 언급됐다. 김 대표는 “대주주(디와이홀딩스)와 전략적 투자자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이 50%를 넘는다. 주가 등락이 심하지 않아 재미없는 회사일 수도 있으나 그만큼 안정적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대표 취임 이후 2번의 무상증자가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회사 가치는 4배”라면서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집,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적인 활동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2009년 에스에프에이에 합류했다. 당시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역임하다가 2012년 대표로 취임했다. 올해로 10주년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짧지 않은 경력이다.
이날 김 대표는 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그는 “최근 국내외 장비 회사에서 인력을 대규모로 뽑는다. 에스에프에이 직원들은 1순위 타깃 중 하나로 작년과 올해 이직이 많았다”며 “인사 제도, 성과급, 연봉 인상 등 인력 유지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