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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박사 “넷플릭스, 망 무임승차로 폭리…소비자에 부담 전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남용하고 이를 통해 사업상 폭리를 취하고 있다. 결국 최종 소비자에 이 부담이 전가된다.”

해외에서 잘 알려진 통신망 전문가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사진>는 9일 온라인 줌을 통해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주최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생태계 : 당면과제와 해결방안 모색’ 특별대담에 참석해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특별대담은 레이튼 박사와 함께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글로벌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와 같은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한 견해가 오갔다.

◆ 이용자가 돈 냈는데 넷플릭스가 왜 내냐고?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에 대해 이용자(최종 소비자)가 책임져야 하며, 이용자에 콘텐츠를 전송하는 책임도 전적으로 ISP에 있다고 주장한다. 레이튼 박사는 그러나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DVD를 우편으로 판매할 때 분명 배달 서비스에도 돈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그런 넷플릭스가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꼬집었다.

레이튼 박사는 통신 시장이 양면 시장이라는 점을 들어 최종 소비자는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CP 역시 ‘이용자’로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봤다. 신용카드 회사가 일반 소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동시에 가맹점들에도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통신 시장도 양면적인 이용자가 있는 시장이라는 지적이다.

넷플릭스가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레이튼 박사는 최근 포브스 기고문을 통해 “콘텐츠 공급자가 벌어들인 스트리밍 수익 1달러당 인터넷 사업자는0.48달러의 비용을 부담한다”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 그는 “SK브로드밴드는 한국에서 23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500만 가입자를 위해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반문했다.

◆ “넷플릭스, 망 중립성 핑계로 무임승차 해”

넷플릭스는 또한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는 이유로 ‘망 중립성’을 들고 있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상에서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으로,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대가를 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망 중립성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조대근 박사는 그러나 망 중립성과 망 이용대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망 중립성은 ISP가 CP에 대가(웃돈)를 받고 트래픽을 우선 처리하지 말라는 것이지, 망 이용대가 자체를 받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 박사는 “CP가 돈을 냈는데, ISP가 ‘당신의 트래픽을 더 빨리 처리해줄 테니 웃돈을 달라’고 요구한다면 그건 망 중립성 위반이지만, 처음에 공중인터넷망에 접속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돈은 망 중립성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 케이블TV 회사 차터의 합병 승인조건 사례를 들어, 망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던 당시에도 망 이용대가를 자유롭게 주고받았음을 지적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사실상 망 중립성 원칙을 남용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남용해 수익성을 담보하려고 자신들 사업상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결국 최종 소비자에 이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강조하고 있는 ‘오픈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가 오히려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OCA란 넷플릭스가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반 캐시서버로, 넷플릭스는 이 OCA를 통해 자신들이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상당 부분 절감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레이튼 박사는 “페이스북(현 메타) 같은 CP도 트래픽을 차단시키거나 우선 처리하는 상황에 망 중립성 원칙은 ISP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넷플릭스는 OCA라는 배타적인 콘텐츠 캐시서버를 만들어 오직 자신들만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망무임승차방지법, 한국 국회가 선도 중”

레이튼 박사는 최근 우리 국회에 계류돼 있는 7건의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비용 회수를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또 CP에도 망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잘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는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CP)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ISP와 망 이용계약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하는 등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줄줄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대근 박사는 “사업자간 유연한 협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정책적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네트워크 시장은 기술 변화가 빨라 동적 효율성이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할 수 있도록 협상 여지를 열어두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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