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필수 과제가 된 금융기관 ESG경영... '시나리오 기반 기후 리스크관리' 전략은? [전문

박기록
<글> SAS코리아 이기완 상무(사진)

변화의 동인, “지구환경의 동적 평형과 위협받는 지구 복원력”

물체나 물체계는 평형 상태가 깨지거나 한쪽 방향으로 치우치면, 용수철처럼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복원력이 발생한다.

지구 환경도 약 10만년을 주기로 온도가 높아졌지만, 지구 자체 복원력을 통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지난 수십만 년 동안 반복했다. 그리고 탄소배출량과 기온은 1에 가까운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혁명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고 꺾일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기후변화를 더 이상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기후 리스크(Climate Risk)로 명명하고 '지구의 복원력은 무한하지 않다'고 말한다. 마치 용수철을 너무 많이 당기면 용수철이 끊어지는 것처럼 지구도 특정 온도(Tipping Point)를 넘으면 지구 자체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고 현 과학자들도 특정할 수 없는 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과거로 절대 되돌아 갈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뛰어넘는 거센 변화의 바람
한국 정부는 2021년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한 국고 지원을 중단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기후 변화 대응 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및 재생 에너지 사용 부분에서 작년보다 7단계 하락한 60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대외환경 변화와 최근 기업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이 중요시되며, 전통적인 재무성과 중심의 경영방식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ESG 경영으로의 변화가 거세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뛰어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자금흐름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기업의 ESG 수준을 개선함에 있어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은 환경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의 높은 규제 준수 비용과 환경변화로 인한 물리적 손실로 인해 은행의 2차적인 신용손실이 발생됨에 따라, 이를 선제적으로 분석하고 재무와 리스크 관리에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또 금융기관의 ESG관리 실패는 신용 리스크의 증가 뿐만 아니라 국내외 금융 감독당국의 요구사항 미충족으로 인한 평판 리스크의 증가와 고객 이탈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본 기고에서는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제를 명확히 이해하고 기후 리스크 관련 국내외 금융 감독당국의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금융기관의 전략에 대해 분석한다.

국내 금융기관의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주요 과제
글로벌 선도 금융회사들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국내 금융권 역시 은행의 탄소배출량 뿐만 아니라 고객 포트폴리오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할 의무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탄소중립 논의에 발맞춰 '금융권 기후 리스크 관리/감독' 추진, '금융권 녹색금융 핸드북' 발간, ESG 공시/평가 체계 구축 및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회사 ESG 경영과의 연계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금융기관들이 탄소중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1) ESG 원칙 선언, 2) 은행 및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측정, 3)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건전성 측정, 4) 감축목표 수립 및 5) 보고 및 공시를 이행해야 한다.

국내에선 지난 수년 간 은행권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의 ESG에 대한 상위 원칙을 수립하고 ESG 경영 보고서와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은행은 2022년 말까지 감축 목표 수립과 함께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측정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시나리오 분석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는 현재 국내에서 구축된 사례가 없고, 30년 이상의 장기예측과 기존 금융 공학적 접근이 제한적임에 따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면밀한 해외 사례 분석과 명확한 분석 프레임워크의 정의가 필요하다.

향후 금융기관에서 집중해야 할 시나리오 기반 기후 리스크의 측정의 규제 요구사항과 제약사항이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본다.

국내외 규제 동향과 당면 과제
금융위원회는 '녹색금융 추진계획'을 통해 금융기관에게 기후리스크 관리 감독 계획 수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기후변화 및 탄소배출 산업의 자산가치 하락이 금융기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또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2021년4월 '기후 관련 금융 리스크 - 측정 방법론'을 제시했으며 이후 같은해 7월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기후 변화 대응 방안 비교'를 통해 장기간 예측이 필요한 기후 리스크 관리에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 방법론을 요구하고 있다. 즉, 국제결제은행은 기존 대비 새롭고 통합적이며 지속적으로 진화 가능한 방법론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금융기관은 일반 기업과 달리 기후 리스크로 인한 개별 고객의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와 전이 리스크(Transition Risk)가 금융기관의 다양한 리스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요구사항이 존재한다.

-규제기관(외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건전성 영향도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조치를 요구
-손실관리(내부): 기후 변화에 따른 물리적/전이 리스크로 대출 자산 손상(공급망 중단 및 정책변화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자본관리(내부): 추가로 요구되는 규제 자본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산운영을 위한 현금의 양 감소

따라서 금융기관은 기후 리스크 측정의 질적 통합을 위해 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모델/가정/시나리오 분석이 필요하다.

반면 기후 리스크 측정은 검증된 실증 데이터의 부족과 30년 이상의 장기간 예측으로 인한 계량화 난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재무 계획, 내부 전략 및 규제 사항이 통합되어야 하는데, 기존의 금융공학적 접근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 요구된다.

해외 금융기관의 기후 리스크 관리 사례 분석
2021년 세계 기후 리스크 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에 따르면, 일본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높은 기후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고, 전년도 리포트에서는 전 세계 1위에 올라 국가적으로 기후 리스크 관리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정부를 포함한 전 산업이 기후 리스크를 핵심 테마로 정의하고 관리하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일본 G-SIB(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 은행) 중 하나인 일본 은행은 SAS와 딜로이트가 협업하여 금융기관이 기후변화나 COVID-19 등의 새로운 리스크에 대해 시나리오 기반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금융기관의 손실의 변화를 측정하는 툴을 개발해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딜로이트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재무적 영향을 측정하는 방법론을 제공하고, SAS는 복잡한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위한 기술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다.

또한, 분석의 결과는 규제의 준수에서 나아가 시나리오별 손실 증감의 원인을 분석하고 어느 업종/차주가 기후 리스크에 대한 변동성이 가장 높은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줘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할 때 핀셋 정책 수립을 지원할 수 있다.

특히 물리적 리스크는 거래상대방의 지정학적 위치와 손실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GIS (지리정보시스템) 정보와 연계해 분석 결과의 직관성과 활용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금융기관도 글로벌 선도 사례를 면빌히 살펴보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금융기관의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시사점
국내 대부분 은행이 2022년 말까지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측정 완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과제 수행의 난이도가 높은 시나리오 분석 기반 손실영향도 분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한 건전성 영향도 측정의 일차적 목적은 규제 준수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개별 금융기관이 통제할 수 없는 다양한 시나리오 즉, 대외 환경변화에 대해서 각 금융기관이 어떻게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스트레스 테스트 관리 툴은 시나리오에 대한 건전성을 측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손실 축소 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영향도가 높은 하위 세그먼트와 위험도가 높은 산업/지역/거래상대방을 명확히 이해하고 대응 방안 수행을 위한 의사결정의 주요 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SAS는 금융기관의 기후 리스크 측정 지원을 위한 SAS 리스크 모델링 및 디시저닝 솔루션(SAS Risk Modeling and Decisioning)과 SAS 시나리오 분석 및 스트레스 테스팅(SAS Scenario Analysis and Stress Testing) 솔루션을 기반으로 기후 관련 데이터로 확장하고, 새로운 모델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SAS 리스크 모델링 및 디시저닝 솔루션을 통해 기후 리스크 관련 모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검증된 SAS 시나리오 분석 및 스트레스 테스팅 은 거시경제 요인과 개별 기업의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리스크 시뮬레이션을 통해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별 재무 건전성 영향에 대한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SAS는 기후 관련 데이터관리부터 모델링, 리포팅 및 의사결정에 이르는 9개의 핵심 영역을 정의하고,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측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재무 프로세스와 통합 및 심사 프로세스와의 연계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활용 기반 마련을 지원한다.

지금까지는 ESG와 관련해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금융기관의 주요 과제, 국내외 규제동향, 해외 선진사례와 함께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한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서 살펴봤다.

지난 2년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과거 5~10년 동안 일어났던 변화가 단 1~2년 만에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과 발생했을 때의 영향도 관점에서 기후변화 관리 실패가 최근 전세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코로나 19팬데믹이나 전쟁보다도 높은, 최고 수준의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이제 기후 리스크의 능동적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기업이 생존을 넘어 성장하려면, 기업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가 매우 중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ESG에 대한 혁신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가는 게임 체인저가 되길 바란다.

*본 기고문은 디지털데일리가 2022년7월초 발간 예정인 <2022년,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특별호에 게재된 내용으로, 편집 사정상 책의 구성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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