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암호화폐 급락, 채굴 GPU 매물 쏟아지는 중··· ‘속여 파는 방법’ 공유되기도

이종현
2020년 출시한 엔비디아의 GPU 'RTX 3080'
2020년 출시한 엔비디아의 GPU 'RTX 3080'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급락하는 추세다. 올해 1월 56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3일 기준 2600만원으로 반토막났다. 450만원대였던 이더리움은 140만원대로 70% 가까운 폭락을 겪은 가운데, 암호화폐 채굴에 활용되던 컴퓨터 부품이 중고 매물로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제기되는 중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시장에 암호화폐 채굴에 활용됐던 컴퓨터 부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채굴 용품을 신제품처럼 속여서 판매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장 수요 및 공급이 많은 것은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사태에 암호화폐 채굴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GPU 가격은 칩 개발사인 엔비디아, AMD가 정한 적정가의 수배를 상회하는 가격으로 거래됐다.

엔비디아가 권장소비자가격(MSRP) 699달러를 책정한 RTX 3080의 경우 한때 가격이 300만원에 육박했다. 현재는 100만원대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중고거래 커뮤니티인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서는 80만원 내외에서 중고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국내 PC 커뮤니티에서는 “암호화폐 가격 급락 이후 중고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채굴했다는 매물은 극히 드물다”, “그간 제품 구하기도 어려웠는데, 이 많은 중고 매물이 일반 사용 물품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등 채굴 중고 매물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채굴기 판매시 별 것 아닌 팁’이라는 게시글도 공유돼 화제가 됐다. 암호화폐 채굴에 활용됐던 컴퓨터(채굴기)를 메인보드, 중앙처리장치(CPU), 파워, GPU 등 개별로 나눠서 판매하고, 거래 내역을 지워가며 팔라고 안내하고 있다.

‘판매 팁’이라고 포장된 ‘사기 팁’이나 마찬가지인데, 글쓴이는 ‘남 속이라는 글이네. 정당하게 살라’고 말하는 댓글에는 ‘꼭 채굴했던 카드입니다, 라고 해서 팔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암호화폐 채굴에 활용됐던 컴퓨터의 경우 24시간 쉬지 않고 성능을 한껏 끌어내 사용하기 때문에 고장 위험도가 높다. 판매사의 경우 채굴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 A/S 정책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장이 난다면 수리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신제품을 구입했더니 중고품이 배송된다든지, 포장을 한번 뜯은 뒤 재포장해서 판매했다든지 하는 과거 사례와 맞물려 컴퓨터 부품 구매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중이다.

비단 국내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씨앤위(Xianyu)에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IT즈자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채굴용 GPU를 판매한 사례도 있다. 암호화폐 가격 쇼크로 인한 시장 변화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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