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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자회사 선불폰 진입제한 두나…알뜰폰업계 “의미없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통신사 자회사의 선불폰 시장 영업을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자회사 대상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 논의가 난항을 빚자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양상이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그러나 어디까지나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통신3사는 통신사 자회사의 선불폰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선불폰은 말 그대로 돈을 미리 지불하고 사용하는 요금제로, 주로 단기 체류가 잦은 외국인들이 이용한다. 통신사(MNO)보다는 알뜰폰(MVNO) 업체들이 이 선불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일부 중소 업체는 선불폰만 주력으로 서비스하기도 한다.

이에 선불폰 시장을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아예 통신사 자회사들은 진입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논의의 취지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사업자들 사이에 선불폰 시장을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한정하는 방안이 얘기되고 있다”며 “선불폰 시장은 중소 사업자 몫으로 남기고, 통신사 자회사들은 후불폰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박준동 LG유플러스 커스터머서비스그룹장이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불폰과 관련해 전향적 조치를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박 그룹장은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선불폰 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철수하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는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통신사 자회사의 선불폰 진입 제한 논의는 최근 이뤄지고 있는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 규제 협의가 지지부진한 데 따른 대안적 성격으로 해석된다.

현행 규정상 통신3사 자회사들은 알뜰폰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어선 안 된다. 현 시점에서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사실상 과반이다. 다만 규제 현실화를 위해서는 점유율 산정시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부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정부는 아직 통신사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LG유플러스의 반대가 크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그러나 이 같은 선불폰 진입 제한 논의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큰 기대를 않고 있다. 선불폰 시장은 이미 통신사 자회사들의 참여가 낮은 곳이어서다.

국내 알뜰폰 회선 가운데 선불폰 비중은 지난해 11월 기준 163만명으로 16.1%다. 이는 월말 정기적으로 요금을 내는 후불폰 이용자(435만명·43.1%)의 3분의1 수준이며, 통신사 자회사들의 선불폰 회선 수는 5000건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선불폰 시장은 크게 가라앉은 상태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거리두기 해제로 외국인들이 늘어나면 선불폰 시장도 차츰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선불폰 시장은 이미 통신사들이 거의 하지 않는 시장인데 이제 와 시장 진입을 막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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