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통신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법제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기겠다는 것인데, 현재 발의된 관련 법안들도 모두 계류된 상태여서 정부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20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KT엠모바일·LG헬로비전·SK텔링크 등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합산 5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본격화하는 방안을 두고 통신3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쟁점은 점유율을 산정할 때 알뜰폰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할지 여부다.
현재는 IoT 회선을 포함해 점유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30%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커넥티드카 서비스 등 알뜰폰 시장에서 IoT 회선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하자, 점유율 산정 모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IoT 회선을 제외하면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과반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IoT 회선을 제외함으로써 점유율 규제를 현실화하고자 했으나, 통신3사와의 협의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통신사 자회사들은 그 즉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사업자들이 이를 반길 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알뜰폰 시장에 공을 들여온 LG유플러스의 반대가 큰 상황이다.
지난 2014년 과기정통부는 통신3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당시 합산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한 것인데, 이 등록조건을 변경하려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행정기본법상 ▲법률에 근거가 있거나 ▲당사자 동의가 있거나 ▲사정이 변경돼 해당 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현재로서 IoT 회선에 관한 부분은 법률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정이 변경됐음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어쨌든 사업자에 주어진 부관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바꾸긴 어렵다”며 “정부의 재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남은 건 정부가 통신3사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도 낮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국회에서 추진하는 관련 법제화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사업자 동의를 받아 등록조건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가 법제화를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국회엔 통신자회사의 점유율 또는 사업자 수를 제한하는 법률 2건이 발의돼 있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제화로 가겠다는 건 결국 정부 손으로는 자회사 점유율 규제를 안 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렇다고 국회에서도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후반기 원 구성이 안 된 상태여서 어떤 입법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겠단 의미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사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면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중소 알뜰폰의 자생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신사 자회사의 영업을 중단시킨다고 해서 중소 업체로 가입자가 전이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