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플랫폼 ‘자율규제’ 실효성 갖출 수 있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새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손지윤 네이버 정책전략총괄은 ‘디지털 생태계 변화에 따른 정보통신기술(ICT)제도 개선방향’ 온라인 세미나에서 민간과 정부 간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손지윤 정책전략총괄은 “자율규제 관련 최소한 근거가 필요하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 중심으로 하면 된다는 정부 부처 말은 부가통신사업자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로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업계 특성상, 모든 분야에 일괄적으로 개정안을 적용하는 것을 맞출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손 총괄은 “과학기술정통부·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 4개 부처만큼은 기존 차관·국무회의와 다른 형태로 정책을 결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질 필요 있다고 제언했다. 자율규제를 위한 법 개정이 일부 내용 수정에 그칠 것인지, 사업법 전체 틀을 고칠 것인지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특히 진입규제와 금지행위 적용 대상 범위 조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적용 범위를 넓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까지 포함한다면 규제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승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ICT 규제 목표는 공공 이익 증진에 방점이 찍혀있기에 경쟁을 통한 혁신, 이용자 보호 측면 중심으로 규제를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혁 변호사는 “ICT 컨트롤타워 조직이 필요하지만 정부가 추가 조직을 신설한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신설법이 계류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제도를 잘 이용하는 방안으로 자율규제를 관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ICT 제도 개선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방안 우선순위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최 교수는 “현실적으로 완전 자율규제를 실현하기는 어렵다”면서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제 역할을 잘할 수 있게 하는 협력적인 공동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정부가 자율규제를 실천하는 기업에 일정 인센티브나 법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성환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존 잣대로 기업을 규율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표했다. 정부가 사업자보다 먼저 통신법과 통신 정책을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현 ICT 시장은 사업자들이 생태계를 만들고 정부가 이를 따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정부가 과거 방식으로 통신사업을 규제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지 않는 한 기존 법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을 고쳐나가되, 플랫폼 등 전혀 다른 성격의 산업을 현행법 체계로 무리하게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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