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내년을 목표로 11번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하형일 대표가 SK쉴더스·원스토어·티맵모빌리티까지 함께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게 됐다. SK스퀘어 분할 전부터 자회사를 관리해온 경력이 현재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하형일 대표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선임하고, 윤풍영 CIO와 ‘투톱’ 체제를 완성시켰다.
24일 SK스퀘어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하형일 11번가 대표를 최고투자책임자(CIO)에 임명, 지난 20일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하형일 11번가 대표가 SK스퀘어 CIO를 겸직하는 만큼 사무실은 번갈아 가며 출근하게 된다.
SK스퀘어는 이번 인사를 통해 CIO조직을 ‘투톱’ 체제로 꾸리게 됐다. 기존 윤풍영 CIO는 반도체·글로벌 투자에 전념한다. 하 대표가 SK스퀘어에서 담당할 ICT플랫폼은 자회사 IPO와 투자유치를 맡는다.
SK스퀘어 산하엔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등이 있다. SK스퀘어는 각 자회사들을 차례대로 상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선발주자였던 SK쉴더스와 원스토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돌연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SK스퀘어 입장에선 이러한 실패를 만회할 구원투수가 필요했던 셈이다. 하 대표가 M&A 및 신사업 투자유치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데다, 11번가 역시 IPO를 준비하는 만큼 SK스퀘어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게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스퀘어 측은 “신규·글로벌 투자 쪽이 강화되면서 사업영역이 넓어져 혼자 할 수 없는 구조가 됐고, SK스퀘어가 분할·설립될 당시부터 CIO 두 자리 중 한자리가 공석이었다”고 말했다. 상장철회가 있기 전부터 2인 CIO 체제를 구상했다는 의미다.
SK스퀘어는 11번가가 IPO를 준비하는 데 하 대표 집중도가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11번가는 내년을 상장을 목표로 현재 외형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슈팅배송’ 등 익일배송을 시작하며 직매입 경쟁력을 강화하고,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상품 수도 대폭 확대했다.
하 대표는 지난 5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완전히 다른 버전의 11번가로 지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 협력을 포함해 ‘성장’을 위한 모든 전략과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온라인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IPO 성공 유무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4위 사업자로 꼽혀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SK스퀘어는 “하형일 CIO는 SK스퀘어 분할 전에도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담당했고, 윤풍영 CIO와도 코퍼레이트1·2센터장으로 함께 일했었다”며 “이런 영향들을 모두 고려해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 대표는 사업 개발 및 글로벌사업 전문가로 불린다. 맥쿼리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 업계에 몸담아 쌓은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 기반으로 2018년 SK텔레콤에 합류했다. 이후 적극적인 투자기회 발굴로 SK텔레콤 뉴ICT 사업을 이끌었다.
그는 ADT캡스 인수(2018), 티브로드 인수합병(2020), 우버 투자유치 및 티맵모빌리티와의 합작사(JV) 설립(2021), 마이크로소프트·DTCP 등 원스토어 국내외 투자유치(2021) 등 SK텔레콤 굵직한 신규사업과 외부 투자유치를 맡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11번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출시를 주도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3월 11번가 수장으로 자리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