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은 칼럼

[취재수첩] 브뤼셀 효과…전자기기 폐기물 절감 전환점 될까

백승은
- EU, 지난 6월 USB-C 통일 개정안 통과
- 美 이어 브라질도 동참…브뤼셀 효과 기대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난달 유럽연합(EU)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법안을 선보였다. 작년 9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제안한 ‘무선 장비 지침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자기기의 충전 포트를 USB-C로 통일해야 한다. ▲스마트폰 및 충전식 휴대폰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 ▲헤드폰 및 헤드셋 ▲비디오 게임 콘솔 및 휴대용 스피커 등이 포함된다.

EU의 움직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반응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미국 상무부에 서한을 보내 “EU의 USB-C 통일이 공익을 위한 현명한 행동”이라고 평가하며 모바일 충전기 통합 표준을 도입해 달라고 목소리를 냈다. USB-C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충전기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브라질 역시 마찬가지다. 브라질 통신 규제기관 아나텔은 지난달 말 스마트폰에 한해 USB-C로 통일하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공개 협의에 나섰다. 제안서가 승인될 경우 EU와 마찬가지로 오는 2024년부터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은 USB-C를 갖춰야 한다.

각국이 USB-C 또는 모바일 충전기 통합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환경 보호 목적이다. EU는 매년 미사용 충전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1만1000톤(t)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충전기를 통일하면 전자제품 재사용을 돕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EU의 주장이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 역시 “독자 충전기는 전자 폐기물을 발생시키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안겨준다”라며 EU의 의견을 거들었다.

‘브뤼셀 효과’라는 단어가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아누 브래드포드 교수가 고안한 단어로, 유럽 사람들이 규칙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은 그 규칙에 맞춰 비즈니스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EU의 규칙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앞으로 EU가 USB-C 통일 규칙을 전 세계가 숨 가쁘게 뒤따라갈지 기대된다.

한편 국내 역시 USB-C 적용 제품 확산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발 추진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오는 10월까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백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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