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주간블록체인] 가상자산 투자계 큰 손 '3AC' 몰락이 의미하는 것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가격 하락으로 가상자산 업계가 침통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테라 사태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디파이 서비스들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먼저 가상자산 전문 대형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3AC)은 최근 블록파이로부터 빌린 6억7000만달러 상당 가상자산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선언됐습니다. 3AC는 결국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에서 파산신고를 받았습니다. 또 지난 1일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에도 파산 신청을 했는데요.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3AC파산과 그 여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AC 파산, 왜?

3AC는 최근 블록파이로부터 빌린 6억7000만달러, 우리돈으로 약 8600억원 상당 대출금을 갚지 못했습니다. 또 가상자산 중개업체 보이저에도 미국 달러와 연동된 3억5000만달러 상당 스테이블 코인 USDC와 약 3억2300만달러 상당 비트코인 1만5250개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3AC가 파산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3AC 파산도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 그 원인입니다. 지난달 17일 이미 3AC는 이와 관련한 발언을 해 주목받았었는데요. 3AC는 루나 사태로 큰 손실을 입었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법률 및 재정 고문을 고용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3AC는 루나에 2억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루나 가치가 거의 사라지자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됐습니다.

문제는 3AC 파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3AC가 커버하는 자본금 규모가 컸기 때문에 이를 보고 3AC에 대출해주는 회사가 많았고 대출 규모도 컸습니다. 가진 재산이 많아 보여 은행에서 돈을 그만큼 빌려줬는데, 막상 은행에 담보 잡은 것들이 대부분 부실자산이라면 은행도 함께 곤란한 처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특히 3AC는 유명하지 않은 알트코인을 담보로 잡고 여러 업체에서 코인을 대출받았죠. 단순하게 표현하면 3AC 명성을 믿고 자신들의 유동성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코인을 대출해줬던 거의 모든 업체는 연쇄적으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검증하기 쉽지않은 담보를 받고 거액을 대출해줬던 은행이 바보 같다고 여길 수 있지만, 3AC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한 때 100억달러. 그러니깐 약 13조원 정도의 자산을 굴리는 회사가 자사 포트폴리오를 근사하게 제시하며 그 포트폴리오에 해당하는 코인을 담보로 맡긴다고 했을 때, 거절할 회사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3AC에게 운명을 걸었던 유명한 회사는 앞서 언급했던 보이저가 있죠. 보이저는 지난 1일 예금 인출 등 모든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3AC에 받을 돈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였죠. 참고로 보이저는 약8300억원 상당 BTC와 스테이블코인을 3AC에 대출해줬습니다.

보이저뿐만 아닙니다. 홍콩 소재 가상자산거래소 8블록스캐피털은 3AC가 100만달러 상당 자산을 빌려갔지만,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네요. 디파이 업체 카이버네트워크도 3AC로부터 받을 돈이 있습니다. 즉 도미노 파산까지는 업계는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갤럭시디지털 CEO는 "가상자산 헤지펀드 3분의 2가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AC와 엮인 곳들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궁금하실 겁니다. 3AC가 하락장에서 이렇게 빨리 파산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레버리지 일으켰던 3AC, 몰락도 빨라

3AC는 글로벌 헤지 펀드를 운용하는데요. 헤지펀드는 레버리지 투자 기법을 이용해 최소한 손실로 최대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오르는 만큼만 버는 것이 원칙이지만, 레버리지는 2%가 오른다 가정하면 2% 수익을 얻는 게 아닙니다. 더 많은 담보금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만일 상승이 아닌 하락을 한다고 가정하면, 더 크게 손해를 입는것이겠죠. 그러니깐 내가 가하는 힘에 비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지렛대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투자할 수 있는 만큼을 가지고 그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를 했던 만큼, 상승장에서 큰 이익을 봤지만, 하락장에서 급격한 충격을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코로나19 기간 풍부했던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로 위험자산인 가상자산에 자금이 대거 몰렸고, 다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유리했던 디파이 서비스 등에 돈이 몰렸지만, 이게 화살이 돼서 3AC의 파산을 더 빨리 이끈 상황입니다.

3AC에 이상징후가 감지된 것은 5월께입니다. 지속해서 ETH물량을 내던지기 시작한 3AC를 보고, 루나 사태 손실을 메꾸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하는 눈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상황이 생기는데요. stETH 디페깅 상태입니다. 저번 주간 블록체인 시간에도 설명한 바 있는데요. 다시 한번 간단히 언급해 보도록하죠.

stETH는 '리도'라는 디파이업체에 투자자가 ETH를 맡기면, 받는 일종의 예치 증표입니다. 리도에서는 개인이 소액 EHT만 있어도 스테이킹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인데요. 대략 4%에 달하는 이자를 제공했죠. 여기에서 바로 셀시우스라는 업체가 눈에 띄게 되는데요. 바로 이 담보성격 stETH를 다시 담보삼아 약 70% 비율로 실제 ETH를 대출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비스였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ETH를 맡겨서 받은 stETH를 다시 셀시우스에 맡기고 받은 ETH를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조금 더 이자 수익을 내기 위해 빌린 ETH를 다시 리도에 재예치하고 stETH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굴린 ETH로 지속해서 이자농사를 짓기에 유리했죠. 일명 풍차돌리기 입니다.

하지만, stETH와 ETH간 디페깅 현상이 일어나자 VC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ETH와 stETH를 보유하고 있던 많은 VC들이 패닉에 빠졌죠. 이 두려움은 stETH를 빠르게 ETH로 환전하려는 욕구로 이어졌고, 이로인해 ETH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며 가격 폭락의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이때 셀시우스는 뱅크런을 염두에 뒀는지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입출금 중단도 이뤄졌죠.

바로 이 시점에서 3AC 공동 창업자는 ETH를 비롯해 트위터 계정 프로필 설명란에 있던 알트코인 종목을 삭제했습니다. 3AC로 보이는 계좌에서 지속해서 ETH 청산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대출 플랫폼에서 청산당할까 걱정했던 3AC가 보유자산인 ETH 청산을 통해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돌았죠. 게다가 최근 급격하게 하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있던 코인을 빠르게 청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었겠죠. 3AC 채권을 보유한 블록파이 측이 3AC가 이미 4억달러 수준의 청산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게 됩니다.

사실 루나 붕괴로 3AC가 직격탄은 맞았겠지만 몇십조 자산을 굴리는 3AC가 못 버틸 정도는 아니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돈으로 루나에 2600억원 투자를 단행했지만, 그 이후 가상자산 시장 추락까지는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유 코인 매각으로 마진콜 요구에 따른 추가 증거금을 입금하려 했으나, 가상자산 가격이 대체로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던 상황에서 여력이 안되니 강제청산을 당할 수밖에 없었겠죠.

정리하면 3AC는 거의 모든 주요 대출 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레버리지를 활용한 조금 더 위험한 방식의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더 큰 이익이 나기 때문에 몸집을 부풀리기엔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이만한 것이 없었겠죠. 하지만, 폭락장을 맞아 3AC 투자코인 가치가 폭락했고 3AC 담보 가치도 폭락해 마진콜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강제청산 당하지 않기 위해 추가 증거금 납부를 해야 했으나 하지 못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