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韓, SiC 반도체 허브된다…테슬라·현대차 '타깃'

김도현

-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주목
- 국내 공급 생태계 조성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자동차 동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로 전환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 실리콘(Si) 대비 전력효율 등이 우위인 실리콘카바이드(SiC)가 변화의 중심이다. SiC 시장이 개화하는 가운데 국내에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차세대 반도체 경쟁에서 한발 앞설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반도체 기업이 한국 내 SiC 투자를 연이어 단행하고 있다. 테슬라 현대차 등 글로벌 고객사가 타깃이다.

SiC 반도체는 SiC 웨이퍼로 만든다. 해당 부품은 Si와 탄소(C)를 높은 온도로 가열해 제조한 인공 화합물인 탄화규소로 제작한다. 고온과 고전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전력 변환 손실이 적어 전력반도체 기반으로 적합하다. 전력반도체는 ▲전자제품 ▲전기차 ▲수소차 ▲5세대(5G) 이동통신망 등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한다.

지난 2018년 테슬라가 업계 최초로 전기차에 SiC 반도체를 탑재하면서 완성차업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현대차 GM 등이 연달아 채택하면서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욜은 SiC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9년 5억달러에서 2025년 26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수의 반도체 장비회사가 주요 거점을 마련하는 등 한국이 반도체 허브로 부상하면서 SiC 생태계까지 구축되는 분위기다.

전력반도체 세계 2위 미국 온세미는 경기 부천에 1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온세미는 전력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이 세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당초 온세미는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독일 인피니언 등 SiC 강자가 즐비한 유럽에 생산기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경기도의 외국인직접투자 인센티브, 부천시의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조례 제정 등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진다.

온세미는 SiC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3500억원 이상을 국내 협력사로부터 구매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앞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네덜란드 ASML·미국 램리서치·일본 TEL 등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유치한 바 있다. 경기 남부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더해 세계적인 반도체 벨트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SiC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은 지난 2020년 미국 듀폰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했다. 기존 듀폰 공장은 물론 미국 미시간주와 한국 구미에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시간 신공장에서 그로잉 공정, 구미 2공장에 웨이퍼링 및 에피 공정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구미 2공장은 시생산 등을 거쳐 4분기부터 본격 제품을 출하한다.

SK㈜는 SiC 생산체제를 갖춘 예스파워테크닉스를 인수하면서 관련 산업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 SK온 SKC SK실트론 등 반도체 및 전기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온세미 부천사업장 인근에 공장을 보유한 DB하이텍도 SiC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다. SiC 관련 스터디가 한창이다. 향후 충북 음성 공장에 SiC 반도체 생산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SiC 부문 대세인 6인치(150mm)를 넘어 8인치(200mm)까지 대응할 방침이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LX세미콘은 SiC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LG이노텍으로부터 SiC 관련 유무형 자산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충북 청주에서 SiC 반도체를 연구하고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하는 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피니언 등에 SiC 반도체를 의존해온 현대차는 파워큐브세미와 협력을 통해 내재화에 나선 상태다. 국내 소부장 기업 KEC 역시 SiC 반도체 전용라인을 구성한 뒤 올해부터 생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iC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에 전방위적 생태계가 조성되는 건 긍정적”이라며 “향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에 K-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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