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SI에서 MSP로, 저가경쟁 대물림?··· 클라우드가 드리운 그림자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전 산업 분야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됐다. 대유행 기간 중 2개월 만에 2년 치의 디지털 혁신이 이뤄졌다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예로 자주 활용된다.

이와 같은 변화의 혜택을 누린 것은 클라우드다. 지난 몇 년간 클라우드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는 국내 역시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KT, NHN, 카카오 등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정부도 민간 클라우드 이용을 늘리겠다는 기조를 밝힌 만큼 장밋빛 미래가 점쳐진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의문부호가 붙는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나 영업이익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큰 금액의 적자를 보며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으로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기업(MSP)이 지목됐다.


◆클라우드 산업계의 해묵을 갈등, 수면 위로

이미 클라우드 업계 내부에서는 클라우드 MSP(이하 MSP)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특별한 계기보다는 그간 쌓여온 불만이 터져나오는 중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클라우드 산업은 크게 인프라나 플랫폼, 소프트웨어(SW)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 MSP, 소프트웨어(SW)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서비스형 SW, SaaS) 기업 등으로 구성된다. CSP는 네이버·KT·NHN클라우드, MSP는 메가존, 베스핀글로벌 등으로 대표된다. 더존비즈온, 한글과컴퓨터 등은 SaaS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CSP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기존 온프레미스 시스템을 이들의 서비스로 이관하고, 잘 운영되는지 등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MSP다. 업계 관계자는 “CSP가 건물을 지을 터나 건축자재 등을 제공한다면, 건물을 짓고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MSP”라고 설명했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 것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조준희 회장이다. 지난 6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박윤규 제2차관이 소프트웨어(SW) 기업 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에서 조준희 KOSA 회장은 MSP를 겨냥한 작심 발언을 했다.

조 회장은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며 “국내에 벤츠를 판매하는 딜러들은 굉장히 많다. 이 딜러들은 소비자가를 지키면서 영업을 한다. 1억원짜리 차라면 1억원에 팔고, 거기에 여러 서비스를 더하는 방식으로 경쟁한다”며 “그런데 MSP는 그저 가격으로만 경쟁하고 있다 보니 몇백억원의 적자를 내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6월 30일 진행된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 간담회. 이날 조준희 KOSA 회장이 작심 발언을 했다.
6월 30일 진행된 디지털 국정과제 현장 간담회. 이날 조준희 KOSA 회장이 작심 발언을 했다.

◆MSP의 저가경쟁, 클라우드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 미친다?

실제 국내 주요 MSP는 적자를 보는 중이다. 1위 기업 메가존의 경우 2021년 매출액 8862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매출액 511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에 비해 개선됐으나 결손금은 642억원까지 쌓인 상태다. 2위 기업인 베스핀글로벌의 경우 상태가 더 심각하다. 베스핀글로벌은 2021년 2276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영업이익은 –399억원이다. 결손금은 1690억원까지 누적됐다.

조 회장의 발언을 비롯해 MSP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이들의 핵심은 MSP가 벌이고 있는 ‘치킨게임’이 국내 클라우드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분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를 중심으로 한 외국계 CSP의 점유율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인데, 그 첨병이 MSP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MSP가 자신의 마진을 낮춰가며 외산 CSP의 서비스를 판매하다 보니 국내 CSP도 가격을 낮추는, MSP뿐만 아니라 CSP까지도 출혈경쟁을 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성토한다.

또 이는 국내 CSP가 성장하지 못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고도 한다.

CSP는 단순히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매력적인 SW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데, 이를 위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SW 기업과 협력해 SaaS로 전환하도록 지원·투자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하지만 MSP와 CSP가 출혈경쟁을 벌이며 수익을 내지 못함에 따라, 투자 여력이 없어 국내 SW의 SaaS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SW업계 관계자는 “조준희 회장이 국내에 클라우드는 다 깔리지만, 국산 SaaS는 전혀 안 되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될 거라고 지적했더라.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산업계의 의견이 통일된 것은 아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심정적으로는 공감하나 모두 수긍하기는 어렵다. SaaS 사업을 할지 말지는 SW 기업이 판단하고 투자할 문제다. 정부나 CSP가 지원을 한다면 좋은 일이지만, 지원을 안 한다고 해서 SaaS가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은 자생력이 없다는 비판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SI·보안기업의 MSP 사업 진출··· 경쟁 더 심화될 것

MSP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삼성SDS나 LG CNS와 같은 시스템통합(SI) 기업들에 더해 안랩과 같은 보안기업도 MSP 사업에 뛰어드는 중이다. 더 많은 플레이어가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경쟁 역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가격 출혈경쟁의 ‘원조’는 SI다. 수십년 동안 지적돼 왔지만 개선되지 못했다. 저가경쟁이 관행이 자리 잡는다면 이후에 개선되기란 쉽지 않다.

논란에 대해 MSP 기업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문제 제기 자체는 100% 공감한다. 지나치게 가격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니 기술력과 같은, 진짜 중요한 요소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하리라 본다”고 밝혔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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