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콘진원, 게임 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 개최 -“게임 플레이=문제적 행동? 전혀 아냐…뇌에 유의미한 결과 없어” -“세계보건기구(WHO) 질병코드 결정? 한국이 꼭 먼저 나설 필요 있나”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게임 과몰입이 외부 요인을 통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충분히 지나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과몰입군이나 일반사용자군 등 게임 행동 유형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 이하 콘진원)은 15일 ‘게임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 발표회에선 게임 과몰입, 중독, 부작용 중심의 기존 게임이용자 연구 프레임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종단적 조사·관찰을 시도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게임 과몰입, 외적인 요인으로 완화 가능성 충분”=이날 조문석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2020~2021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2차년도 연구에 참여한 게임이용자 행동 유형 변화와 특성에 대해 다뤘다.
게임 과몰입이나 선용 자체는 개인이 처한 내외적 특성에 따라 발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조문석 교수는 “게임을 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적인 행동이 나타나는 게 아니다”라며 “게임과 심리적, 사회적 요인의 인과관계가 반대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 기준대로라면 1년 이상 게임 관련 장애 행동이 지속되는 경우를 게임장애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가 진행한 ‘2020~2021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에 따르면 1명만이 과몰입군에 포함됐다. 조 교수는 게임 이용 시간의 증가가 과몰입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도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이러한 사실은 대부분 게임 이용자는 일시적으로 문제를 겪지만 게임 외적인 제3의 요인에 의해 상황이 완화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3개년 연구가 남은 만큼 추후 관찰과 검증을 통해 더욱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에서는 게임행동유형 외에도 ▲게임이용자의 게임행동 특성 ▲게임과 사회적 관계 ▲게임과 소비 ▲게임이용자 심리 ▲게임과 학습 ▲게임과 문화 등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총 5개년(2020~2024)간 수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몰입군이었던 아동청소년이 어떻게 이를 벗어났는지, 벗어난 요인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연구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게임이 대뇌의 구조·기능적 미치는 영향은?=이와 함께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2020~2021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를 위해 한덕현 교수는 2년에 걸쳐 성인(대학생) 게임이용자 및 중·고등학생 게임이용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뇌 MRI(구조, 기능 이상 여부), 지능 검사, 인터뷰, 자가보고식 설문지 등을 진행했다.
게임선용, 일반 이용자, 과몰입 위험, 과몰입 등 4개 집단별 대뇌 피질의 두께 차이는 유의미한 결과가 관찰되진 않았다. 즉, 게임 이용 패턴 및 과몰입이 대뇌 피질 두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렵다는 걸 시사한다.
한덕현 교수는 “전반적으로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는 결과보다는 흔적(trace) 결과들이 많이 있었다. 이는 참여자의 숫자와 종적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며 “연령별 차이점을 나타내는 증거들도 보이기는 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추후 지속적인 연령별, 다수의 참여자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금현수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202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질병코드로 등록한다고 해서, 한국이 이를 꼭 먼저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질병코드가 등재되려면 사례가 축적되고, 스크리밍 된 다음 질병 판단 순으로 장기간 봐야 된다. 그러나 게임은 순서가 명확히 지켜지지 않고, 병리적 관점에서만 미리 살펴본 다음 진단 척도가 만들어진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