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2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됐다.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4월~6월)에 중국의 도시봉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심화, 미국의 대폭적인 기준 금리인상 등 매크로측면에서 외부적인 시장 변수가 많았다.
이 때문에 ‘2분기 실적’에 대한 해석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올 2분기 실적이 좋아도 혹은 실적이 나빠도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오롯이 시장 참여자들의 해석에 달렸다.
21일(현지시간) 미 나스닥 시장에서 테슬라는 9.78%가 넘는 급등세로 마감했다. 700달러대 초반에서 허덕이던 주가도 단숨에 800달러대를 회복했다. 테슬라의 2분기 실적은 예상했던대로였다. 물론 ‘어닝 서프라이즈’와는 분명히 거리가 멀었다.
올 3월말~4월 중순 중국 상하이 봉쇄 여파로 2분기 생산량과 판매랑이 전분기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값 상승의 여파로 테슬라가 차량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한 덕분에 그나마 마진율과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시장은 테슬라의 위기관리 능력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고, 6월 최고 판매 실적을 회복한 최근의 상황에 주목했다. 또한 최근 전체 10%에 달하는 직원 감축과 440억 달러 규모의 트위터 인수에서 발을 뺀것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도 21일과 22일, 각각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의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8.7% 증가한 35조9999억원(자동차 28조5040억원, 금융 및 기타 7조495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8.0% 증가한 2조9798억원이다.
기아도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9.3% 증가한 21조876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2% 늘어난 2조234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현대차의 주가는 21일 보합으로 끝났고, 22일에도 1.06% 상승에 그쳤다.
기아는 이날 오히려 실적발표 이후 1.34% 하락으로 전환해 개미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날 외국인이 24만주 가량 순매도했고, 기관도 9만주 넘게 팔아치웠다. 개인들만 32만주 가까이 순매수했다.
현대차‧기아가 역대급 2분기 실적에도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한 것은 이번 분기 실적이 본질 경쟁력보다는 원-달러 환율의 약세 등 외부변수에 도움을 받았다고 시장이 판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대차‧기아는 “환율이 이번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인정했다.
올 2분기 환율은 전년동기대비 12% 정도 상승한 수준이다. 만약 해외에서 지난해와 동일하게 판매하고 달러로 결제받았다면, 이를 원화로 환산시 12% 정도의 실적 개선 효과가 생긴다.
만약 올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예전처럼 1200원대 초반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된다면 이같은 환율효과는 사라지는데, 이러한 외부 효과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현대차‧기아가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 여전히 공급망 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도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시장이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못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유로화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미 달러의 초강세 현상을 방어하고, 수입물가를 제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강달러’ 현상이 누그러질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도 다소 거품이 걷힐 것이란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