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커머스 분야에선 새로운 흐름에 맞춰 변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현상도 생기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죠. 디지털데일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찾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렌디’한 소비자가 되는 길, 시작해볼까요?<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홈쇼핑과 Z세대. 둘은 사실 크게 어울리는 조합이 아닙니다. TV홈쇼핑 주 소비층이 5060세대인데다 Z세대는 TV를 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니까요. 물론 홈쇼핑 업체들이 모바일 앱에 투자하면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주 연령층은 다소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홈쇼핑 모바일 앱에서 진행하는 라이브커머스에 10~20대들이 대거 몰린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CJ온스타일인데요. 이곳 모바일 앱 주 타깃층은 밀레니얼맘과 X세대를 아우르는 35~54세 여성 고객입니다. 1020세대 사이에선 사실 인지도가 높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비결로 젊은층 고객을 라방으로 유입시킬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차별화된 상품이었습니다. 스트릿 패션 브랜드 ‘김씨네 과일가게’ 티셔츠를 판매한 겁니다. 이 상품을 통해 Z세대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요소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이 브랜드 운영 방식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김씨네 과일가게는 실제 과일 장수처럼 트럭을 몰고 전국을 돌아다닙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판매일정을 공지합니다.“오늘은 제주 한정 판매”, “재고소진시 종료” 등 실제 과일상점에서 올린 듯 한 글들이 보입니다. 서울·인천·제주·울산 전국을 신출귀몰하죠. 지역과 시간이 게릴라성으로 올라오다 보니 쉽게 살래야 살 수 없는 티셔츠입니다.
흥미로운 모습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트럭에 싣고 온 사과·바나나· 복숭아 등 과일(그림이 찍힌 티셔츠)를 좌판을 깔고 판매하는데요. 박스엔 매직 펜으로 ‘한장 3만원, 2장 5만원’ 적혀있습니다. 어디선가 ‘골라~골라~’라는 소리가 들릴 듯한 분위기죠. 티셔츠를 구매하면 봉다리(봉지)에 담아 건네는 것도 꼭 과일가게 한 장면 같습니다.
신선한 발상의 전환과 한정판 요소가 합쳐지면서 김씨네 과일가게 트럭이 뜬 날이면 Z세대 사람믈이 티셔츠를 사기 위해 ‘오픈런’ 행렬을 이룹니다.
CJ온스타일이 Z세대를 모바일 앱으로 유인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김씨네 과일가게 티셔츠 덕이었습니다. 영입 배경도 주목을 끕니다. CJ온스타일에서 근무하는 Z세대(1994년생) 김현지 상품기획자(MD)가 주역인데요. 직접 티셔츠를 사면서 홈쇼핑 채널 판매를 제안한 겁니다. 김씨네 과일가게 역시 오프라인 팝업만 운영하다 처음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게 됐죠.
지난 14일 진행했던 김씨네 과일가게 라이브방송에선 준비 물량 4700장이 약 15분만에 전체 매진됐습니다. 총 주문금액은 1억2000만원에 달합니다. 1020세대는 구매 비중이 72%에 달했고, 30대 23%, 40대 이상이 5%였습니다. 같은 날 CJ온스타일 다른 제품 구매 연령대는 10~20대가 5%, 30대 11%, 40대 24%, 50대 이상이 60%였다고 합니다. 이날 김씨네 과일가게 구매 고객 연령층이 낮았다는 게 체감되는 수치입니다.
특히 주문 고객 37%가 휴면 계정이거나 비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방송이 CJ온스타일 신규 고객 유치에 도움이 된 셈입니다. 김씨네 과일가게도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판매한 티셔츠 개수보다 이날 방송에서 판매한 개수가 더 많다고 합니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활성화를 위해 홈쇼핑사들이 더욱 재밌고 참신한 아이템 발굴에 집중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