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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D] 드라마 찍고 소속사 생기고...가상인간 ‘맹활약’

이안나

국내외 커머스 분야에선 새로운 흐름에 맞춰 변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현상도 생기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죠. 디지털데일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재밌는 이야기들을 찾아 전달하고자 합니다. ‘트렌디’한 소비자가 되는 길, 시작해볼까요?<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등장만으로 주목을 끌었던 가상인간(디지털 휴먼)이 점차 일상생활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만큼 개성도 다양하고 광고 모델은 물론 음원 발매, 드라마·예능프로 출연, 쇼호스트 등 활동 범위도 전방위적입니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으로도 보이는데요. 실제 특정 기업 전속모델이 된 가상인간도 있고, 가상인간 전문 매니지먼트사도 생겼죠. 열애설부터 학교폭력, 음주운전 등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질 위험이 없으니 기업들도 이들을 적극 활용합니다.

얼마 전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가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 소속 아티스트로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자신을 소개한 루시는 현재 8만명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소속사가 생겼으니 이제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펼칠 전망입니다.

먼저는 케이블TV ‘케이스타’ 방송을 안내하는 광고에 출연하고, 이달 중 쌍용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 신차발표회 발표자로도 나섭니다. 하반기엔 TV 드라마에도 직접 출연한다고 하는데요. 마치 일반인이 SNS 활동을 계기로 소속를 만나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네이버가 개발한 가상인간 ‘이솔’도 지난 5월 라이브커머스 ‘쇼핑라이브’에서 쇼호스트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솔은 컴퓨터 그래픽(CG)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사람 모델에 얼굴을 합성한 방식이 아닌, 리얼타임엔진으로 개발된 풀3D 버추얼 휴먼으로, 표현력이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가능합니다.

가상인간도 어색함이 없도록 기술이 발달한 덕일까요. 이솔은 최근 JTBC 신규 음악 예능 프로그램 ‘뉴페스타’에 출연했습니다. 잠깐 얼굴을 비추는 정도가 아닌 이 안에서도 콘셉트가 있는데요. 이솔은 프로그램 내 ‘뉴페스타 컴퍼니’ 막내 사원으로 실제 출연하는 다른 팀원들을 도와 페스티벌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12회 전부 출연한다는데 이정도면 예능 프로그램 고정 멤버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연예인 모습을 본 딴 사례도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배우 유아인을 본뜬 가상인간 ‘무아인’을 이달 브랜드 뮤즈로 선정했는데요. 그간 무신스 브랜드 뮤즈는 구교환·정호연·김다미 등 인기 연예인들이 차지하던 자리였습니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아인은 자신만의 취향과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하는 멀티 페르소나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달 중 무신사 스토어에선 버추얼(VR) 쇼룸을 선보일 예정인데, 이 안에서 무아인이 스포츠, 럭셔리, 뷰티, 골프, 키즈, 아울렛 등 패션 카테고리별 특성에 맞춰 등장할 계획입니다. 실제 배우를 영입해 각종 패션 카테고리 룩북을 만들려면 상당한 시간과 공간 제약이 발생할텐데 가상인간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에서 가상인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앞서 말했듯 각종 리스크가 발생할 위협이 있고, 인기 스타의 경우 몸값도 지나치게 높아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죠. 각종 위기관리 측면으로 보면 가상인간을 활용할 때 장점이 더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상인간을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시간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루시나 이솔, 무아인이 한번에 여러 활동을 하지 않고 조금씩 넓혀가는 방법을 택한 건 , 이들 모습이 실제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섬세한 기술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상인간들이 조금씩 꾸준하게 활동하면서 SNS 등에서 소통을 이어간다면, 실제 연예인 못지 않은 팬덤이 구축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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