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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데이] 1999.8.1 그때 그 시절 추억 창고 ‘싸이월드’

이나연

사진=싸이월드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싸이월드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우리 일촌 맺어요”

한 때 모두가 이 말을 외치며 자신의 미니홈피를 꾸미는 데 진심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1세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에서요.

1999년 8월1일 출시된 싸이월드는 혜성처럼 나타나 2000년대를 주름잡았습니다. 싸이월드는 당시 1020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이버머니 ‘도토리’를 충전해 미니룸과 아바타를 꾸미고, 기분과 상태에 따라 배경음악(BGM)도 바꿨습니다. 다이어리와 사진첩에는 기억하고픈 추억을 꾹꾹 눌러 담아 기록하기도 했죠.

어디 그뿐인가요. 지인들과 품앗이하듯 서로 작성해주던 일촌평과 방명록도 놓칠 수 없는 재미였습니다. 이용자들은 일촌이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이나 글들을 자신의 미니홈피로 스크랩하는 ‘퍼가기’ 기능을 애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퍼가요~♥”라는 유행어도 생겼죠.

사실 처음부터 싸이월드가 큰 사랑을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싸이월드가 야심차게 시작한 클럽 서비스는 그다지 반응을 얻지 못했었죠. 오히려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가 더 승승장구하던 시기였습니다.

빛을 보지 못하던 싸이월드가 이용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1년 ‘미니홈피 서비스’를 도입하면서부터입니다. 가상 공간에서 글과 사진을 자유롭게 올리고 지인과 공유한다는 개념이 당시엔 매우 혁신적이었기 때문이죠.

네이트닷컴을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3년 싸이월드를 인수했는데요. 싸이월드 이동형 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 커뮤니티사업 본부장으로 임명되고, 직원 20여명도 고용 승계됐죠. SK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싸이월드는 성장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합병 당시 싸이월드 회원 수는 300만명이었으나, 출범 10주년인 2009년엔 3200만명을 돌파하고 월 방문객은 680만명대를 넘어서며 눈부신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2009년 기준 도토리로만 1122억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국민 SNS 반열에 올랐죠.

하지만, 영원한 건 없습니다. 싸이월드 인기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대 스마트폰 상용화와 함께 디지털환경이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글로벌 SNS가 급성장했습니다. 자신의 인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싸이월드와 달리, 해외 SNS는 알고리즘을 통해 친구의 친구까지 쉽게 만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차별성으로 내세웠습니다.

싸이월드는 해외시장 진출 실패와 함께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새로운 SNS에 밀리면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죠. 설상가상으로 싸이월드 운영사였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2014년 SK그룹으로부터 분사하면서 싸이월드는 사원주주 벤처로 분리됩니다. 2016년 영상 커뮤니케이션 앱을 운영하는 에어라이브에 매각되고 말았죠. 이후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생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싸이월드는 2015년 방명록과 일촌평, 쪽지 등 일부 핵심 기능을 중단한 데 이어 2019년 10월 서비스를 전면 종료하며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았습니다.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던 싸이월드는 서비스 종료 3년 만에 부활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기업 스카이앤엠(SKYE&M)을 비롯한 5개 기업이 연합체를 구성해 설립한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를 인수했기 때문이죠.

싸이월드제트는 지난해 3월 SK커뮤니케이션즈와 서비스 데이터 이관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싸이월드 미니홈피 복구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이후 140억원을 투자해 싸이월드 사진 170억장, 동영상 1억6000만개를 복원하고 서버 전면 교체, 보안솔루션 강화 작업을 진행했죠. 다만 보안 문제, 앱 마켓 심사 지연 등 여러 이슈로 여러 차례 서비스 출시가 연기되면서 ‘양치기 소년’이라는 오명도 얻었습니다.

지난 4월 모든 준비를 마친 싸이월드제트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등 앱마켓에 싸이월드 앱을 출시했습니다. 싸이월드는 서비스 재개 이후 양대 앱마켓에서 전체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용자 폭주로 실명인증 장애나 여러 오류가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죠.

싸이월드제트는 미니룸과 파도타기 등 기존 싸이월드 핵심 기능을 다시 제공하는 한편, 젋은 층 공략을 위해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과 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싸이월드제트와 한글과컴퓨터 합작법인 싸이타운(구.싸이월드한컴타운)은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을 공개했습니다. 단순 게임 중심 메타버스에서 벗어나 콘텐츠와 소통을 중심으로 실생활과 맞닿은 가상세계를 선보인다는 목표인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보다 아쉽다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3차원(3D) 아바타와 맵을 제외하면, 메타버스 플랫폼에 필수 요소인 음성·영상 채팅 기능이나 다양한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고도화가 오는 9월까지 계속됨에 따라 메타버스 싸이타운도 풍성한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확장된 생태계를 갖추며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시도들로 제2의 도약을 노리는 싸이월드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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