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티켓팅(Ticketing)이라는 단어가 있다. 티켓을 예매하는 행위를 칭하는 단어인데, 최근에는 ‘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의미로 ‘피켓팅’이라고 불린다.
인기 있는 공연이나 명절 교통편 예약 등의 경우 티켓팅 경쟁이 치열한 것은 어쩔 수 없다. 1분 내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것은 일상 다반사다. 1초, 5초 내에 수백에서 수천석이 매진되기도 한다.
문제는 봇(Bot)이나 매크로와 같은,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부정 예약이다. 좌석 예매부터 결제까지, 수초 내에 할 수 있다. 하나의 좌석이 아니라 여러 좌석을 동시에 예매할 수도 있는데, 이를 이용해 웃돈을 주고 판매하는 ‘암표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수들의 경우 이와 같은 암표상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는 9월 공연을 앞둔 가수 아이유의 경우 공식 판매처가 아닌 중고거래 등을 통해 구매하는 티켓은 모두 부당 티켓으로 간주하고, 팬클럽 회원일 경우 명단에서 제외하고 영구 블랙리스트로 두는 등의 강경책을 내세웠다.
다만 이와 같은 행위는 미봉책일뿐,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애당초 부정 티켓팅에 대해 대처는 공연을 하는 가수보다는 티켓 예매를 진행하는 플랫폼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수익은 챙기면서 공연자와 이용자의 고통은 외면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책임하다.
봇과 매크로라고 하면 어려운 기술처럼 보이나, 전문 기술이 없는 이들이라도 구글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워낙 매크로가 많이 활용되다 보니 ‘누가 더 성능 좋은 봇(매크로)을 활용하느냐’의 승부가 됐다는 비아냥도 있다. 피켓팅에 지친 일반 이용자들도 매크로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의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공연 예매 사업을 하는 예스24의 경우 작년 매출액 6536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을 거뒀다. 그리고 예스24가 정보보호공시를 통해 밝힌 정보기술(IT) 투자액은 1198만원, 정보보호 투자액은 1236만원에 불과하다. 부정 티켓팅에 대한 방지 대책을 세웠다기에는 투자액이 미미하다.
물론 봇이나 매크로를 막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전문 기술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위를 차단하는 서비스는 이미 개발돼 있다. 상용 서비스인 만큼, 비용을 들여서 도입하면 된다. 실제 골프장이나 항공사, 철도 등에서는 관련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단순히 예매에서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는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매크로와 전쟁을 치러왔다. 게임 이용 도중 숨은그림찾기나 문제풀이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봇이나 매크로는 이것마저도 쉽게 파훼한다.
서비스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100% 막는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노력을 했는데 막지 못하는 것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일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