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웹툰에 이어 웹소설마저…콘텐츠 플랫폼 ‘불법유통’과 전쟁 중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29일 국내 최대 웹소설 불법유통 웹사이트 ‘북토끼’ 운영자들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업계에서 웹소설 불법유통 사이트에 가장 강력한 법적 조치인 형사 고소를 진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웹툰·웹소설 저작권 침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콘텐츠 플랫폼들이 불법유통을 뿌리뽑기 위해 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연구수행기관 코니스트가 지난해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시리즈 상위 40개 작품을 대상으로 검색포털에서 벌어진 저작물 불법 침해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200개에 가까운 웹소설 불법복제 사이트가 파악됐다. 코니스트는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된다면 훨씬 더 큰 결과를 얻을 것이라 보았다.

웹툰 플랫폼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웹소설 등 저작권 침해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불법 웹툰 플랫폼 트래픽은 2017년 밤토끼 출현 이후 2018년 51%, 2019년 약 150%, 2020년 약 39.04% 증가로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밤토끼(2018.5), 어른아이닷컴(2019.5) 운영자 검거 이후에도 수많은 유사 웹툰 불법복제 플랫폼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콘텐츠 불법유통, 창작자 개인 문제에서 사회 문제로=그렇다면 그동안 형사 고소가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대응 태스크포스(TF)팀은 “고소를 위한 법무법인 선임 비용. 채증 비용 등으로 창작자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에서 고소를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 “더욱이 대다수의 불법 웹툰·웹소설 서버가 해외에 존재하다 보니 국제 공조 수사가 필수적이나 사실상 이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상 조선대 법학과 교수 또한 “저작권은 민사적인 성격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저작권을 개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기에 그동안은 작가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했던 문제로 다뤄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원상 교수는 이제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문제가 개인의 재산권적 문제를 넘어 산업적인 문제까지 영역이 확장됐다고 밝혔다. 이른바 케이(K)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콘텐츠 플랫폼들이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카카오 엔터가 웹소설 불법유통에 대해 형사고소를 최초로 진행한 것 또한 “작가 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분석했다.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웹툰 불법공유 TF 팀장은 “보다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서는 불법유통 범죄를 형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민사 대신 형사로 접근한 건 굉장히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웹툰,웹소설 불법유통 문제를 사이버 범죄, 조직범죄 같은 측면으로 접근해 산업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현상으로 보는 사회적 공감대가 더 퍼지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주요 웹소설 플랫폼 대책은?…“대책 강구 중이나 웹툰보다 적발 까다로워”=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카카오페이지를 제외한 국내 주요 웹소설 플랫폼은 네이버시리즈와 리디북스다. 이들 기업 역시 저마다의 방법으로 창작가 권익 신장을 위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 시리즈는 파일 확장자인 이퍼브 암호화를 통해 소설 무단 탈취를 방지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 관계자는 “웹소설은 텍스트 기반인 만큼 웹툰과 달리 불법유통 사례를 잡아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지금도 추가적인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리디북스의 경우 지속적 모니터링과 홈페이지 접속 차단 요청, 콘텐츠 불법유통 방지 시스템 구축 등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사용하고 있다. 먼저 콘텐츠를 불법유통하는 사이트 및 SNS 계정은 물론 웹소설을 텍스트 파일, 소위 ‘텍본’으로 불법 추출하는 프로그램 유포를 막기 위해 고소장 및 경고장 제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고 등 방법으로 지속 대응 중이다.

또 최근 이미지 캡처와 텍스트 추출, 화면 녹화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불법유출 방법이 다양해짐에 따라, 불법행위를 추적할 수 있게 내부 기록을 남기고 있으며 추후 해당 시스템을 정교하게 보완할 예정이다.

피해 주체인 콘텐츠 플랫폼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속에서 관련 정부 부처가 더 확실하게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웹툰 불법공유 TF 팀장은 “최근 불법유통되고 있는 트래픽이 정상 유통되고 있는 트래픽이랑 비슷한 수준이 될 정도에다 불법양태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국내 콘텐츠 저작권자들과 경찰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보호원 등 관련 기관들이 이런 불법유통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있어 작가들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삶의 터전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