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발자국] 그 많던 비디오테이프는 어디로 갔을까?
그동안 다양한 전자제품이 우리 곁에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반복했습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던 기기가 어느 순간 사라지거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부활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그 이유를 격주 금요일마다 전달하려고 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반 가정 책장에는 까만 직사각형 모양의 비디오 테이프가 꽂혀 있는 게 흔했죠. 보고 싶은 방송을 녹화하거나, 결혼이나 돌잔치와 같은 경조사를 영상을 찍어 TV로 연결해 추억을 되짚곤 했습니다. 또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운영 중이었는데요. 이곳에 가면 세계 각국의 영화들을 빌려 가정에서 시청할 수 있었죠.
이제 개인적인 영상 촬영은 스마트폰이, 비디오 대여점은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디오 테이프는 언제 처음 만들어졌으며, 어쩌다가 우리 곁을 떠나가게 된 걸까요?
◆日 빅3 터사의 'VHS', 1970년대부터 업계 표준 등판=비디오 테이프는 1950년대 처음 등장했지만 당시뿐만 아니라 1960년대까지도 일반 가정에서 상용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먼저 비디오 테이프 녹화를 시연한 회사는 빙 크로비 엔터프라이즈인데요. 1951년 비행기가 이륙하는 영상을 시연했는데, 매우 어둡게 보였다고 알려졌죠. 10년 뒤인 1961년 미국 암펙스에서 최초의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를 출시했습니다. 그렇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1970년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디오 테이프 시장은 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976년 일본의 빅터(JVC)에서 VHS라는 규격을 갖춘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를 내놓으며 큰 인기를 얻었죠.
VHS의 최대 녹화 시간은 160분이었는데요. 영화 한 편이 담기기에 충분한 수준이죠. 당시 소니는 베타멕스 비디오 시스템을 선보이며 홈 비디오의 표준을 놓고 경쟁에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빅터의 승리였습니다. 소니의 베타맥스가 화질도 보다 좋았고 크기도 작아 휴대하기 편리했지만 최대 녹화 시간이 100분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죠.
◆DVD 등장에 무릎 꿇다…오늘날 디지털 전환 작업 ‘활발’=VHS 비디오 테이프는 1980년대 최전성기를 누리다 1990년대 등장한 강력한 경쟁자로 힘을 잃고 말았는데요. 주인공은 바로 DVD입니다. DVD는 CD형 영상 저장 장치로 화질과 저장장치, 내구성이 VHS보다 뛰어났습니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접어들자 더욱 많은 소비자가 DVD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DVD를 구매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대여하는 사람 숫자도 점점 늘어났죠. 2003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DVD 대여 개수가 VHS 대여 개수를 앞지르면서 홈 비디오 시장의 승자로 거듭나게 되는데요.
한편 199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를 개시한 곳이 바로 지금의 넷플릭스이기도 합니다.
강자로 거듭난 DVD 역시 영원하지 않았죠. 이후 등장한 블루레이와 주문형비디오(VOD)에 밀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몰락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VHS 비디오 테이프는 지난 2016년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마지막까지 VHS를 생산했던 곳은 일본의 후나이전기였는데요. 부품 공급이 힘들어졌다는 이유로 생산을 중단했죠. 소니의 베타맥스는 이미 1년 전인 2015년 단종됐죠.
더 이상 새로운 비디오 테이프를 만나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집 안 한 켠에는 비디오 테이프가 하나쯤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화해주는 작업도 활발해졌습니다. 최근에는 경기 시흥시가 비디오테이프를 디지털화해 USB에 담아 주는 ‘디지털화 사업’을 성료하기도 했습니다. 집 안에 잠들어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깨워 그때 그 시간을 디지털 공간에서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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