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점포 폐쇄의 현실적인 대안… 화상상담에 쏠리는 관심 [기획/2022년 금융IT-채널혁신④]

박기록
- 화상상담 창구 확산… 새로운 영업점 채널의 역할 변화
-사람 아닌 AI뱅커는 아직은 100% 서비스 품질 역부족

현재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 국민은행처럼 사람이 아닌 ‘AI 은행원’(Banker)을 통한 고객 응대까지 생각하고, 기술 투자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은행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보면, 아직은 AI뱅커가 100%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AI뱅커에게 제한된 역할만 부여하는 선에서 ROI(투자대비효과)를 따진다.

물론 AI뱅커의 역할은 AI기술이 진화될수록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오프라인 점포 폐쇄를 가정하고, 기존 고객 응대 수요를 물리적으로 커버할 수 있는 방안은 비대면 화상상담 데스크와 보다 고도화된 컨텍센터(AI CC)외에는 없다.

최근 1년새, 화상상담 서비스 기반의 디지털 혁신 점포를 늘리는 은행들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국내 은행권에서 점포 폐쇄가 많았던 은행들 순이다. 리테일뱅킹 고객은 많지만 그렇다고 이를 위해 기존 오프라인 점포 모델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은 은행들이 고심 끝에 찾아낸 것이 ‘화상상담’서비스다.

물론 아직 이 방식도 국내 은행들이 모두 동참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은 실험적이다.
은행 점포의 화상상담 서비스는 몇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점포의 생산성 증대외에 기존 은행 점포 직원들을 향후 ‘비대면 상담 직원’으로 전환해 은행 내부 인력의 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은행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은행원들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이같은 화상상담 직원으로의 전환은 어느정도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이젠 화면속에서 만나는 은행원… 모바일 화상상담도 일반화

일부 은행들을 중심으로 현재 화상상담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1차 목적은 기존 오프라인 점포 폐쇄에 따른 대체 수단으로서의 역할이다.

기존 은행 점포에 별도로 보안이 강화된 1~2개의 독립 부스를 만들어 고객이 원하면 화상으로 상담이 가능한 구조다.

화상상담서비스를 도입하는 은행들은 저마다 도입 배경이 조금씩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020년 11월,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서울 서소문 지점에 ‘디지택트’ 1호점을 설치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점포의 혼잡도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외에 금융상품 투자 상담, 각종 세무 및 부동산 등 난이도가 높은 금융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10곳을 시작으로 화상상담서비스에 들어간 우리은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데스크’로 명명한 원격 화상상담창구를 통해 화상 상담직원으로부터 일반 창구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적금 신규, 각종 신고, 대출상담 등이 가능하다. 신규 계좌개설시 고객의 얼굴과 스캔된 신분증 대조,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의 문제는 없다. 내년 1월부터는 OTP. 보안카드 등 실물 증서 발급업무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본점 세무 및 부동산 전문가와의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데스크를 점차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세무 및 부동산 등 고품질의 화상상담 서비스는 예약제로 시행하고 있다. VIP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 5개 시범 점포에 부스를 설치해 ‘KB 화상상담 서비스’에 들어갔다. 신분증 촬영, 비밀번호 확인 등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통해 상담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가입까지 가능하다.
◆‘화상 상담 인력’ 어떻게 확보하나

화상상담서비스는 기존의 금융 콜센터(컨텍센터)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오프라인 업무의 수평적 전환이란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물론 화상상담시스템을 활용한 점포 혁신은 10년전 광풍이 불었던 ‘스마트 브랜치’ 때처럼 소리만 요란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와 비교하면 고객들은 비대면에 많이 익숙해졌으며 디지털화에 대한 친숙도도 높아졌기 때문에 화상상담창구가 예상외로 붐빌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당장 고민해야할 것이 금융 상담 인력의 확보다. 아직은 시범 운영 단계지만 향후 수요가 늘어나 전국 주요 거점에 화상상담부스를 본격적으로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로 한 은행당 수백개의 화상상담 창구를 운용할 수도 있게 된다. 화상 상담은 디지털 방식이긴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존 창구 업무처럼 직원과 고객간의 1대1 응대로 이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정도 대기시간 등을 고려하더라도 은행 본점 차원에서도 적지않은 상담 인력이 대기해야한다.

만약 이같은 활성화에 대비해 금융 상담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 은행들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다만 이에 대해 은행권의 대응은 다소 평이하다. 고객 응대 수요가 많으면 상담 인력을 비례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2022.1 ‘KB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확대 시행. 별도의 앱 또는 프로그램 설치없이 웹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의 스마트기기를 통해 직원의 설명을 듣고, 모바일서식을 활용해 상품가입이 가능하다. <사진>국민은행
2022.1 ‘KB 모바일 화상상담 서비스’확대 시행. 별도의 앱 또는 프로그램 설치없이 웹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본인의 스마트기기를 통해 직원의 설명을 듣고, 모바일서식을 활용해 상품가입이 가능하다. <사진>국민은행
국민은행의 경우,‘화상상담센터’를 서울 본점 또는 각 주요 거점에 마련해 전국 각 점포에서 올라오는 화상상담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전국에 산재한 직원들이 집중화된 서울 및 특정 거점 지역의 화상상담센터로 출퇴근하기 용이치 않기 때문에 중앙집중화가 아닌 ‘점포별 직원용 화상상담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반 점포의 직원들이, 점포내 설치된 ‘직원용 화상상담’부스에 들어가 전국에서 오는 화상 콜을 분산해서 응대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국민은행 전체적으로 은행 업무의 혼잡도를 줄이고, 동시에 직원들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은행이 화상상담 인력을 풍부하게 확보해 수요에 효과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1차적인 과제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는 큰 고민은 아니다. 화상상담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담 인력을 늘리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될 수 없다.
2021.12 화상상담창구 ‘디지털데스크’. 디지털데스크에 앉아 상담 연결 버튼을 누르면 화상상담직원이 원하는 업무를 처리한다. 화상상담 직원이 고객의 얼굴과 스캔된 신분증을 대조하고, 신분증 진위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사진>우리은행
2021.12 화상상담창구 ‘디지털데스크’. 디지털데스크에 앉아 상담 연결 버튼을 누르면 화상상담직원이 원하는 업무를 처리한다. 화상상담 직원이 고객의 얼굴과 스캔된 신분증을 대조하고, 신분증 진위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다. <사진>우리은행
다만 아직까지 은행권의 근본적인 고민은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화상상담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점포 혁신에 대해 ‘이것이 과연 혁신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전히 명쾌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화상상담창구 서비스가 당장은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투자대비이익(ROI), 즉 본격적으로 ‘가성비’의 문제까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MZ 세대 등은 화상상담 보다는 지능형 챗봇 등을 오히려 더 선호할 수 있다. 누군가와 영상으로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오프라인 점포 폐쇄 이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채널서비스의 모델을 찾기위한 노력은 당분간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올해 7월초 발간한 <2022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게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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