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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끝났다”…위기의 OTT, 독자생존→연합전선으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격랑 속에 놓였다. 엔데믹 전환으로 가입자 수가 급감한 글로벌 대형 OTT들은 인력 감축에 나섰고, 해외 진출을 도모하던 국내 OTT들은 성장보다 생존 과제를 받아들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외 불문 OTT들은 독자생존 모드에서 연합전선을 구축, 역량 결집에 나서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OTT 시장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과 6월 450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HBO맥스는 직원 14%를 감축하는 등 글로벌 OTT들이 잇따라 정리해고에 나섰다. 국내에선 매각설이 나온 왓챠가 희망퇴직을 접수받는 등 고강도 인력감축을 포함한 사업부 개편에 착수했다.

배경에는 가입자 이탈과 실적 하락이 있다.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OTT 수요가 급감했고, 이에 따라 가입자가 빠지면서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글로벌 1위 OTT인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지난 1분기 20만명이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97만명이 이탈했다. 국내 왓챠는 계속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 축소를 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외 OTT들은 비상 태세다. 특히, 더 이상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콘텐츠 협력부터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과거 OTT 시장은 독자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으로 타 사업자와의 협업이나 합병에 인색했지만, 지금은 그 지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HBO맥스, 파라마운트+, 피콕 등 해외 OTT들은 국내 사업자들과 콘텐츠 협업에 나서고 있다. HBO맥스는 웨이브에 브랜드관을 출시해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파라마운트+와 피콕은 티빙 브랜드관을 자사 OTT에 론칭해 신규 콘텐츠를 수혈했다. 이처럼 타 OTT에 브랜드관 형태로 입점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최근에야 보이기 시작한 전략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OTT에서 플랫폼인플랫폼(PIP) 전략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물론 HBO맥스와 웨이브, 파라마운트+와 티빙은 서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앞으로 국내 OTT든 해외 OTT든 다른 나라 시장에 진출할 때 이 같은 전략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국내에선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티빙과 KT 시즌은 지난달 14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OTT 티빙과 시즌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합병 방식은 티빙이 케이티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며, 예정 합병 기일은 12월 1일이다. 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과거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손을 잡고 만든 웨이브에 이어 국내 두 번째 OTT 통합이자, 티빙과 시즌 입장에서도 독립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M&A다. 단순 플랫폼 결합을 넘어 양사는 콘텐츠 혈맹을 맺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관련 투자비 출혈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나름의 돌파구다.

매각을 검토 중인 왓챠는 국내 또 다른 OTT 지각변동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로는 SK텔레콤, 쿠팡, 리디 등이 언급되고 있다. 업계는 SK텔레콤의 관계사인 콘텐츠웨이브와 왓챠가 시너지를 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 역시 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업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OTT 시장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매년 콘텐츠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어야 하는 곳”이라며 “독자 플랫폼 전략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만 매달리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요즘 같은 상황에는 다른 OTT들과의 M&A를 전략적으로 꾀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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