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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 감축법’ 때문에 현대차 폭망? “지나친 과장”… 이유 들어보니 [DD's 톡]

박기록

지난달 16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 후,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자동차업계가 대표적인 피해주로 인식됐지만 사실 이는 지나치게 과장됐으며, 실제로 국내 전기차가 입게될 타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자동차업계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만나 '인플레 감축법' 시행에 따른 리스크 회피 방안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그것대로 성과를 거두면 좋겠지만 혹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울고 불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2일 자동차산업 분석리포트를 통해, 2023년 ‘인플레이션 감축법’시행에 따른 국내 자동차업계의 공포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이유들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미 ‘인플레 감축법’에서 신규 전기차에 제공되는 세제혜택 및 직접 지원 규모가 실제로는 한국의 자동차업계에 타격을 줄만큼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 '3690억 달러'중 전기차 지원은 75억 달러 불과

‘인플레 감축법’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에 총 3690억 달러를 투입 계획할 계획인데, 이 중 전력부문 74%(2730억 달러) 및 주거가 14%(516억 달러)로 대부분 전력의 탈탄소화에 집중됐다.

실제로 기차와 관련한 운송 분야에 대한 지원금 규모는 전체의 8%에 불과하다. 특히 이 중 상용차와 중고차를 제외하면 신규 전기차(EV)에 대한 세제혜택 예산은 75억 달러에 그친다. 또한 75억 달러중 2023년에 집행되는 예산은 약 8.5억 달러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전기차 1대당 3750달러 또는 7500달러가 제공된다고 가정했을 경우, 향후 10년간 혜택을 보는 차량은 총 200만대 또는 100만대로 예상했다. 10년간 동일한 수준으로 예산이 분배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6~12%의 전기차만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즉, 현대차와 기아가 타격을 받겠지만 큰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삼성증권은 '인플레 감축법'의 시행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억울한 측면은 있다고 보았다.

기존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대로라면, 올 7월말까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누적 판매는 각각 14만대 수준으로 여전히 기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물량 쿼터(20만대 한도)가 남아있는데, '인플레 감축법'의 서명으로 쿼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새 규정을 적용받기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미 앨라배마 공장. 2023년 하반기중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조기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차 미 앨라배마 공장. 2023년 하반기중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조기 전환할 계획이다.
한편 이같은 점을 감안, 삼성증권은 현대차와 기아가 '인플레 감축법'의 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한 시장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피해를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가급적 빨리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하반기중 E-GMP 기반의 전기차를 기존 현대차 알라바마 공장과 기아의 조지아 공장에서 아이오닉 5, EV6, EV9 생산을 시작한다. 배터리 조달이 이슈가 될 수 있으나,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 배터리 회사와 협업을 예상했다.

그리고 1년뒤 2024년 하반기에 신축 공장도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정도 공기를 단축해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인플레 감축법' 시행에 따른, 대미 수출용 국산 전기차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기간은 1년 정도인데, 보조금 규모를 감안했을때 이 정도는 현대차와 기아가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원화약세로 현대차·기아, 대미 수출 교역조건에 매우 유리… “IRA 충격 상쇄”

이와함께 삼성증권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년만에 최고 수준에 오른 것도, 현대차와 기아가 '인플레 감축법'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강()달러' 현상이 1년 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원-달러 환율, 즉 '원화 약세' 국면에선 전기차의 대미 수출시 매우 유리한 교역조건이 만들어 진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년전 1140원대와 비교해 약 15% 정도 원화가 절하된 상태다. 즉, 이같은 환율효과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1년전과 비교해 15% 싼 가격에 미국 시장에 공급을 해도 실질적인 타격은 없는 셈이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기차들도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로 인해 세제헤택의 50%인 3750달러만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3750달러'는 아이오닉5와 EV6 전체 차량 가격의 7~8% 비중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원-달러 환율이 이어진다면 3750달러의 보조금 배제에 따른 타격을 받더라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가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삼성증권은 관련하여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26만원으로, 기아는 12만원으로 각각 제시하고, 투자의견을 모두 '매수'로 제시했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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