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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규제로 ‘거대 AI’ 좌초 위기… 中 빅테크, 무릎 꿇을까

박기록
<사진>알리바바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알리바바 데이터센터 내부
미국이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본격화할 경우,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IT시장의 지형이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나리오지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게도 후폭풍이 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와 AMD의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선적을 중단시킬 계획이란 소식이 나온 이후, 다양한 각도에서 이 조치가 현실화됐을 경우 미치게될 후폭풍을 예상하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AI 플랫폼’ 시장 노리던 중국 빅테크 기업… "1차 타격 불가피"

미국은 대만 해협을 둔 군사적 갈등이 크게 고조되는 국면에서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AI 반도체' 수출 중단 카드를 내걸었다.

사실 미국이 기술패권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위해서는 결국 혁신 기술의 기초 재료(원료)인 '고성능 반도체'부터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던 얘기고, 결국 이번 '대만 해협' 긴장 상황에서 행동으로 옮겼다는 분석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통한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미국 반도체 기업과 IT기업들만 중국 사업에서 매출 타격을 입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
엔비디아 'A100'
엔비디아 'A100'
이런 가운데 미 월가의 투자금융회사들과 시장 분석가들은 거의 한 목소리로 이번 'AI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곳으로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꼽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화웨이 등이다.

이번 AI반도체 수출 중단 조치로 알라바바 등 중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플랫폼을 구현하기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D2D 어드바이저리의 제이 골드버그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미국은 화웨이와 같은 특정 중국 회사에 대한 거래를 중단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왔는데, 이제는 (AI반도체와 같은) 특정 제품을 중국 기업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즉, 앞으로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이 생산하는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심각한 기근에 시달리게 됐다는 의미다. 시야를 더 넓혀보면, 가장 큰 타격은 'AI 산업' 육성에 급제동이 걸린 중국 정부다.

중국이 빅테크 기업들이 AI플랫폼을 완성하기위해선 엄청난 이미지 데이터의 학습(머신 러닝)과 함께 자연어 처리 등에 대응해야한다. 이른바 ‘초거대 AI’를 구현하기위해선 이같은 고성능 AI반도체는 핵심 자원이다.

고성능 군사무기 개발은 별개로 치더라도, 중국이 달에 로켓을 보내고, 각종 로봇을 만들고, 자율주행차 이슈도 결국은 고성능 AI칩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엔비디아 'H100' (올해 3분기중 출시 예정)
엔비디아 'H100' (올해 3분기중 출시 예정)

◆“굴욕적이지만”… 중국 빅테크, 위기돌파 방법은?

물론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중 수출 중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거대 AI'플랫폼을 연구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MS '애저' 와 같은 미국의 클라우드 기업들이 제공하는 고성능 IT인프라에 의존하는 방법이다. 즉,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제공하는 IT인프라에 중국 빅테크 기업들의 의존도를 높이는 그림이다.

그동안 이들과 직접 경쟁해왔던 중국 빅테크 기업들로서는 굴욕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전세계 IT산업 생태계에서 미국의 밑으로 자리잡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싫다면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엔비디아의 AI반도체인 'A100', 'H100', AMD의 'MI250' 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MI210 등 기존 AI 칩을 많이 투입해, 성능치를 물리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마치 PC 수백대를 연결해 슈퍼컴퓨터의 효과를 내려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중국의 반도체기업인 하이공, 룽순테크놀로지 등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로선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현재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AI 반도체를 완벽하게 대체할만한 칩은 지구상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선택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AMD 'MI250'
AMD 'MI250'

◆혹시 중국이 타격을 받지 않는다면?… "그 다음 단계엔 삼성전자, TSMC도 후폭풍"

만약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고 '거대 AI'플랫폼을 정상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미국이 꺼낼 다음 압박 카드가 관심일 수 밖에 없다.

럴 경우엔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로 불똥이 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월가의 투자금융그룹 제프리는 “현재로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 정부가 TSMC나 삼성전자가 중국 팹리스들과의 위탁생산 계약까지도 중단시키는 조치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AI 반도체칩'(GPU) 대중 수출 중단 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광범위한 중국에 대한 반도체 고립 작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제프리는 현재 단계에선 이는 좀 거리가 있는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조치가 단순히 '고성능 AI 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미-중 기술 전쟁의 또 다른 시작이란 점에서 향후 전망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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