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지상파도 유료방송도 똑같이 ‘공적책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방송의 공익은 사익의 합보다 크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사익을 제한해서 공익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식의 접근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환경, 국내 방송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송 규제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참가해 이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방송 정책 철학의 모호성으로 인해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엄격하게 구분되지 못했고, 이는 곧 공적영역과 시장영역의 차별성 부재로 이어졌다”며 “공공·민영방송 모두 시청률 경쟁을 함과 동시에 공공적 의무가 동시에 부여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방송 산업에선 경제적 행위가 제약되고 있다”며 “예컨대 민영 지상파인 SBS는 외국인 지분을 가질 수 없는 구조로, 변화된 환경에서도 이런 제도들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국내 방송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 수석전문위원은 ‘대기업의 지상파 지분 제한 자산규모를 현행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조정’하는 안을 비롯해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규제 폐지, 공영방송 협약제도 도입, 방송사 재허가 조건 최소화 등의 방송규제 개선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방송발전기금 체계 개편,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수준 확대, 외주편성 비율 규제 유연화, 대작 콘텐츠 제작 재원 확보를 위한 대기업의 모태펀드 투자 제한 완화 등 방송사업자의 취약한 재원구조를 보완하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안도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동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기획과장도 “모든 방송사업자에 동일한 공적책무를 부여하는 현행 체계를 공공과 산업 영역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 수석전문위원 발제에 힘을 실었다. 이 과장은 “공공영역에는 명확히 공적책무를 부여하되, 산업영역은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서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개편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헌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방송정책기획과장 역시 “공영·민영 모두 유사하게 부여되고 있는 공적책무를 차별화하고 세분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공감하는 한편,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전담기구가 마련되는 것이 통합규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또한 “방통위도 소유겸영 규제 현실화, 허가·심사 기준 개선 등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재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외주편성 비율 규제 유연화’를 주문한 이 수석전문위원의 의견에 대해 “외주제작 프로그램 의무편성 제도는 정책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고 있다”면서 “외주 의무편성 비율 완화 시 방송영상콘텐츠 다양성 및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고, 독립제작사의 프로그램 유통 창구 축소에 따른 산업 기반 붕괴도 우려된다”는 점을 짚었다.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문체부가 힘을 합쳐 미디어 규제체계 재정립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미디어 관련 여러 정부부처가 각자 소관법에 기반해 개선안을 내다보니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단 협력해서 그림을 그리고 그 후 필요한 경우 업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이 주최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장은 “정청래 위원장의 독단적 진행으로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제대로 진행을 못 하고 있다”며 “아직도 지나치게 국가가 간섭하고 정부만능주의에 입각한 규제들이 많은데, 최대한 많이 걷어내겠다”고 언급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방송통신위원장과 방통위 구성원들부터 개혁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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