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종합] SK하이닉스, '캐파 공백' 없앤다…M15X 조기 착공

김도현
- 용인클러스터 지연·M17 증설 부담에 전략적 선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 M15 확장 팹을 짓는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결정이다. 향후 메모리 시장 반등을 대비하는 동시에 공급 과잉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6일 SK하이닉스는 오는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6만제곱미터(㎡) 부지에 M15X(eXetension)를 착공한다고 밝혔다. 5년에 걸쳐 15조원을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에 대해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미 확보된 부지에 M15 확장 팹인 M15X를 예정보다 앞당겨 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초 완공 목표인 M15X는 라인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을 D램, 청주를 낸드플래시 생산기지로 운영해왔다. SK하이닉스는 M15X 활용 방안에 대해 ▲D램 ▲낸드 ▲복합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SK하이닉스 생산능력(캐파) 확장 계획과 관련이 있다. 우선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이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산업단지에 공급할 공업용수 관로 설치에 대해 여주시가 반대 의사를 표명한데다 지장물 및 문화재 조사 등도 제자리걸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산단에 2025년 첫 번째 팹을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대로면 2027년 가동이 예상되지만 일련의 과정이 늦어지면 공사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생산라인에 최첨단 D램 등을 양산할 예정이었으나 산단 조성 문제로 D램 캐파 증대가 미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M15X에서 D램 제조 가능성을 열어둔 이유다. D램 라인이 마련되면 신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들어설 확률이 높다.

M15X는 앞서 건설을 보류한 청주 M17 대안으로도 볼 수 있다. 당초 M17은 2023년 초 착공, 2025년 완공 목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지난 6월 SK하이닉스는 이사회를 열고 M17 투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배경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점이 꼽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 등도 한몫했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메모리 사이클 주기가 불확실한 점. 올해와 내년 메모리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언제 다시 반등할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캐파 확대가 불가피하다. SK하이닉스는 M17 같은 대형 팹을 세우기는 부담스러운 시점에 M15X로 업황 변동에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M15X는 M15, M17 대비 규모는 작지만 M11과 M12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의 생산량은 늘려줄 수 있는 카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위기 속에서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로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M15X 착공은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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