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제2의 우영우’가 나오려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숙원이던 콘텐츠 세액공제와 자율등급제가 비로소 9부 능선을 넘었다. 콘텐츠 세액공제 대상에 OTT를 포함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자율등급제를 도입하는 영화및비디오물진흥법(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만으로는 국내 OTT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콘텐츠 세액공제 문제를 보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OTT 콘텐츠를 임시로 3년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OTT 업계에는 큰 의미가 없는 조치다. 세액공제가 ‘제작비’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기보다 제작사를 통해 투자하는 비용이 훨씬 큰 OTT 사업자들로서는 몇백억을 투자하더라도 아무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세액공제율 자체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참 못 미친다. 현행법상 콘텐츠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 수준이다. 30% 안팎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해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 예컨대 제작비 2664억원을 지출한 ‘완다비전’의 경우 미국의 세액공제 제도상으로는 약 60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국내에서 제작이 됐다면 세액공제 총액은 8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OTT 콘텐츠에 ‘영화’가 제외되는 문제도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세액공제를 받는 영비법상의 ‘영화’는 영화상영관, 즉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만을 말한다. OTT 플랫폼을 통해 개봉한 영화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니, OTT 영화가 법적으로 인정되더라도 문제다. OTT 업체들이 자칫 영화발전기금을 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세액공제를 받으려다 비용만 늘어나는 꼴이다.

자율등급제는 어떨까. 자율등급제를 도입한 영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추진하고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온라인유통비디오물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동안 심의가 지연됨에 따른 콘텐츠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율등급분류사업자를 정부가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OTT 사업자들은 자율등급분류 업무계획을 제출하고 5년에 한번씩 평가를 거쳐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세부적인 평가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해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이같은 지정제는 결국 또 다른 진입장벽이자 규제가 될 수 있다.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더 좋은 해법이 됐을 것이다.

글로벌 OTT 시장이 명백한 규모의경제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넷플릭스 등 거대 OTT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OTT 사업자들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콘텐츠 세액공제와 자율등급제로는 이들의 짐을 덜어주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OTT 업계의 의견을 깊이 청취하고 정책적 보완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OTT에서도 ‘제2의 우영우’가 나오길 기대한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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