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가 직접 설계한 IT섬이 있다?…IT서포터즈의 활약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 올해로 구순을 맞은 황영목씨는 2012년 IT서포터즈의 수혜자로 참여하면서 KT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해외에 거주 중인 딸로부터 손주들의 영상을 받는 방법을 알고 싶다며 IT서포터즈를 찾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스스로도 IT서포터즈가 되어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있다.
#. KT IT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정민선씨는 스스로를 ‘정반장’이라 소개했다. 영화 ‘홍반장’ 속 주인공처럼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찾아가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로 본인에게 붙인 별명이다. 경력단절여성이었던 그는 우연히 공고문을 접한 것을 계기로 IT서포터즈가 됐다. 정씨는 “다시 사회에 돌아갈 방법을 잃어버리고 좌절감과 우울감을 느꼈다”라며 “IT서포터즈라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KT가 정보기술(IT) 서포터즈 활동을 이어온 지 15주년을 맞았다. 이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다.
여러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중에서도 IT서포터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속성’이다. 2021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평균 지속기간이 7.7년인 반면, KT의 IT서포터즈는 벌써 출범한 지 15년이 됐다. 지난 7일 KT ESG운영팀의 채욱 팀장과 장윤형 차장을 만나 IT서포터즈가 만들어 온 사회공헌사례들을 청취했다.
◆ KT 전·현직 임직원이 교육기부…치매 등 사회문제 해결 앞장서
IT서포터즈는 KT의 사회공헌활동으로, 2022년 기준 170여 명의 KT 전·현직 임직원들이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정보취약계층에 IT교육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 분야와 대상도 다양하다. 출범 첫 해인 2007년 인터넷 100M 시대를 맞아 인터넷 이용 및 PC 사용법 교육을 진행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는 다문화 이주 여성의 IT 자격증 취득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도입된 2010년부터는 어르신 대상 스마트폰 이용법과 소상공인 대상 온라인마케팅 교육, 장애인 대상 보이스오버 교육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관련 교육을 중점 지원하기 시작했다.
교육 주제는 그 해 부상하는 사회문제에 따라 설정된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에는 어르신 대상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기점으로 비대면 거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소비자들은 이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KT IT서포터즈는 자체 개발한 키오스크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무료로 배포하고 이를 활용한 키오스크 활용 교육을 진행 중이다. 키오스크 교육용 앱은 ▲패스트푸드 ▲카페 ▲교통예매 ▲ATM ▲무인민원발급 ▲병원에서 활용되는 키오스크를 실제 유형별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앱 활용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KT ESG운영팀 장윤형 차장은 “교육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변화와 그 때 부상하는 사회문제에 따라 정하고 있다”라며 “과거 치매 극복이 이슈가 되던 때, 시니어 대상으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앙치매센터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을 통한 세계여행과 코딩을 통해 내 집 찾기 등의 교육을 진행 중”이라며 “의료 관계자분들로부터 이런 다양한 체험을 통해 뇌 활력에 도움이 되겠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 휴전선 접경지역, 기가아일랜드로 ‘탈바꿈’…주민 반발도
이처럼 IT서포터즈는 사회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추진됐지만,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교동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동도는 휴전선 접경지역으로, 거리상 서울과 멀지 않지만 민간인의 출입이 쉽지 않아 아직까지 1960~70년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KT는 여기에 IT서포터즈를 파견해 휴전선 접경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초반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SG운영팀의 채욱 팀장은 “처음엔 ‘우리 섬에 들어와 세일즈하려는 것 아니냐’며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라며 “그럼에도 1년동안 IT교육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보자 결국 교동도 주민들도 저희들을 받아줬다”고 회상했다.
KT의 그 다음 목표는 교동도 내 관광 활성화였다. 교동도에 기가 인프라를 구축해 ‘기가 아일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먼저, KT는 행정안전부, 강화군과 협력해 교동도 관광의 거점으로 교동제비집(기가하우스)을 구축, 교동제비집은 IT 기반의 편리한 관광안내는 물론 자전거 여행을 즐기며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동제비집에서 자전거와 스마트워치를 빌린 후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면 비콘을 통해 자동으로 스마트워치에 전자스탬프가 찍힌다.
채 팀장은 “스마트워치에 스탬프를 모두 받아온 사람들에겐 교동도 내 가게를 이용할 때 10%씩 할인해주자고 제안하자, 일각에선 ‘왜 내가 깎아줘야 하냐’는 불만이 나왔다”라며 “당시 IT서포터즈를 통해 교육을 받았던 주민분들이 ‘사람이 많에 오게 되면 우리한테 오히려 이득이다’라며 이런 분들을 설득해 진행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경단여·노인 일자리 창출도…"민관 합쳐 사회공헌활동 추진해야"
IT서포터즈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처음 KT의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됐던 IT서포터즈는, 최근 외부 사람들도 채용하고 있다. 특히 전체 IT서포터즈 구성원 가운데 경력단절여성의 비중은 11%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노인인력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장 차장은 “공공 일자리 외 고임금 노익 인력을 창출한 것은 KT가 처음”이라며 “ICT 역량을 갖춘 ICT 강사를 양성하는 등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렇게 양성된 노인 ICT 강사의 수는 총 500여명에 이른다.
IT서포터즈 출범 이후 지금까지 15년간 수혜 인원이 380여만 명에 달한다. 다만 KT는 이런 수치적인 성과로만 IT서포터즈의 가치를 평가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수혜자를 통해 IT서포터즈의 영향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혜자였던 황씨가 강사가 되어 사회공헌을 이어가는 경우처럼 말이다.
향후 IT서포터즈는 사회복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ICT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이 어르신들에게 보다 촘촘한 복지 정책을 제공하도록 돕기 위해 향후 몇년동안 디지털 역량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IT 흐름에 따라 교육 분야에 인공지능(AI)도 추가하고 관련한 콘텐츠 제작도 준비 중이다.
채 팀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문제나 시니어 케어 등 모두 IT로 해결 가능하다. IT가 빠지면 안되는 시대다. KT는 이런 부분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선두해왔다. 고독사가 유행하는 쪽방촌에 쪽방사무소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라며 “사회공헌활동의 경우 기업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일이 행정이기 때문이다. 민관이 합쳐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추진해나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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