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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탈중앙화 시대, 신산업 이끄는 ‘팬덤’의 힘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를 지나 자신의 창작물로 수익을 얻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했다. 이 생태계에선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와 이를 지원하는 플랫폼 외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체가 있다. 바로 ‘팬덤’이다. 특히 탈중앙화 흐름인 웹3.0으로 가는 길목에서 팬덤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차세대 기업가이자 플랫폼사 잠재 파트너로 성장하기 위해선 이들 콘텐츠를 즐기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를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사라지는 시청자가 아닌, 특정 크리에이터와 그가 만든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층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더 이상 팬이라는 단어는 연예계나 스포츠 분야에서만 쓰이는 단어가 아닌 이유다.

관건은 플랫폼 역할이다. 과거엔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들면 플랫폼이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경향이 강했다. 이같은 방식을 현재에도 고수한다면 불공정하다고 느낀 크리에이터와 팬은 함께 그 플랫폼을 떠날 수 있다. 팬들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을 크리에이터 수익구조를 만들고 이들이 긴밀히 연결될 만한 네트워크 요소를 심어줘야 한다.

크리에이터 팬덤은 공통 관심사 기반으로 모인 집합체인 만큼, 자연스럽게 이들 플랫폼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재방문 비율도 높아진다. 고객이 팬이 되어 자발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면 플랫폼 입장에선 새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자연스레 ‘록인(Lock-in)’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적재산(IP)을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키우는 것도 플랫폼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수단이지만 다양한 수요에 맞춰 빠르게 속도를 키울 수 있는 건 크리에이터 생태계 조성이다. 플랫폼사들은 크리에이터 장벽을 낮추는 것 뿐 아니라 팬층을 모으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취향에 맞추기엔 물리적으로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픈형 플랫폼을 만들고 크리에이터들과 사용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조성하는 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비마이프렌즈는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전문 스타트업이다. 지난 4월 크리에이터를 위한 비즈니스 솔루션 ‘비스테이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비스테이지는 팬덤 강화와 수익화를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올인원 플랫폼 구축 솔루션이다. 수익화, 멤버십‧후원, 팬들과 소통, 이커머스, 글로벌 결제‧배송, 데이터‧인사이트, 다국어 등을 지원한다.

플랫폼에 종속되기보다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팬덤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크리에이터가 비즈니스 오너가 되고, 모든 데이터도 본인이 소유할 수 있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이 팬덤 비즈니스에 집중하도록 광고 수익이 아닌 탈플랫폼으로 가능한 낮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충성고객과 팬들과 직접적 소통과 공감을 통해 가치 극대화와 수익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음원 플랫폼 플로는 단순 음악청취에서 나아가 크리에이터와 팬층을 이어주는 오픈 플랫폼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7월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맞춰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해 올릴 수 있는 ‘플로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공개한 것. 영상제작보다 부담이 적은 오디오로 드라마, 자작곡, ASMR, 영화·책 리뷰 등 장르 국한 없이 제작할 수 있다.

플로는 오픈 플랫폼 초기 단계로 크리에이터 유치와 청취자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 프로모션 기간 크리에이터들에겐 ‘조회수 1회당 50원’이라는 파격 정책을 도입했다. 16일부턴 플로 오디어 청취 시간 60분 달성시 카카오페이포인트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직은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댓글로 소통하고 팔로워하는 정도에 그친다. 장기적으론 팬들도 콘텐츠 소비와 함께 보상 받을 수 있는 L2E(Like to Earn)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목표다.

빅크는 엔터테이너, 뮤지션, 아티스트, 작가, 스페셜리스트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팬·구독자와 교감을 나누며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다. 빅크 스튜디오를 통해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브랜드 구독 페이지 및 커뮤니티, 프리미엄 라이브 세션을 개설할 수 있다. 지난달 웹3.0시대 속 디지털 IP 기반 메타버스 비즈니스를 전개 중인 IPX(구 라인프렌즈)와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결국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함께 발전하는 기술은 ‘웹3.0’이다. 웹3.0은 ‘탈중앙화’와 ‘개인 콘텐츠 소유’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인터넷이다. 이 환경에서 크리에이터와 팬들이 플랫폼을 위해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이 직접 연결돼 주도권을 가져간다. 크리에이터가 자체 콘텐츠를 제공하며 정당한 수익을 가져가고, 팬들은 2차 창작물 제작이나 활발한 활동으로 보상을 받는 구조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품질 향상과 강력한 팬덤 구축이 선순환 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비단 스타트업들만 주목하는 분야가 아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다음·멜론 등 카카오 생태계 내 다양한 서비스에서 더 많은 관심사 그룹을 오픈채팅으로 유입하도록 접점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건 카카오 유니버스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보상을 지급하는 ‘웹 3.0’ 스타일 비즈니스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유치하는 게 우선이고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이용자들이 한 번 경험해보며 취향을 찾는게 중요하다”며 “플랫폼이 토큰 시스템 등 장치로 이들을 잘 연결해주면 메타버스 등으로 확장해도 록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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