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EV 폐배터리, 선점 경쟁 '점화'…2025년 본격화

정혜원
<사진=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 리튬 수급 안정화 및 친환경 규제 대응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시장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기차(EV) 확대에 따라 리튬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속도를 높일 필요가 생겼다. 배터리 재활용이 미국 현지에서 소재를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최근 1킬로그램(kg)당 486.5위안까지 올랐다. 지난해 9월1일 1kg당 115위안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4배 이상 인상됐다. 탄산리튬은 리튬 원석을 채굴한 뒤 가공한 형태다. 이를 다시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해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원료로 사용한다.

보스턴컴퍼니그룹(BCG)은 “리튬 가격이 지난 2년간 10배이상 급등했다”며 “리튬 재활용 프로젝트가 상당 수준 확장되고 업계에서 유망하거나 가능성 있는 모든 신규 리튬 채굴 프로젝트가 실행된다고 가정하더라도 2035년 무렵에는 리튬 공급이 예상 수요 대비 24% 부족해 공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리튬은 모든 리튬이온 배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하지만 리튬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등 여러 환경문제를 초래한다. 생산량을 단시간에 급격히 늘리기도 어렵고 리튬 정제 국가가 칠레와 중국으로 크게 쏠려 있어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급 차질 수준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이 높아졌다.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에서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는 것이다. 폐배터리를 사용하면 리튬 채굴에 수반되는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공급량 증가로 리튬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술이 발달해서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비용을 낮추게 되면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거리가 먼 원광에서 리튬을 조달하기보다 인근 폐배터리 재활용 시설에서 리튬을 조달하게 되면 공급망 안정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관심이 커진 이유로는 최근 미국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IRA도 꼽힌다. 미국에서 EV 판매 시 소비자가 보조금을 적용받으려면 해당 EV에 탑재된 배터리의 광물과 부품 등을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폐배터리를 수거해 미국 현지에서 광물을 추출하면 ‘미국산’으로 분류된다. 또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공급망에서 리튬 등 여러 소재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비율이 높다"며 "IRA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어 폐배터리를 활용해 IRA 조건을 일부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완성차 및 배터리제조업체 모두 배터리 재활용 기술과 이를 통한 생산량 확대에 모두 집중하고 있다.

삼성·SK·LG 등 3개 대기업그룹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국내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자원회수업체 성일하이텍 지분을 17.83%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이 6.33% 삼성벤처투자가 11.5%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성일하이텍과 협업 관계를 맺고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를 전담하는 ‘리사이클 연구 랩’도 신설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연내 리튬 재활용 상업공장 건설에 투자할 계획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LG그룹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호주 리튬 재활용 업체 엔바이로스트림과 최소 250톤(t)의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장기 가공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이 각각 300억원씩 총 600억원을 투자해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업체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 2.6%를 확보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관련 기술개발과 사업화 추진도 지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관련 기술 연구개발, 사업화 전략, 환경영향 분석 등 여러 부서와 조직이 많다”며 “폐배터리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 오래 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확대에 동참했다. 현대차는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럽·미국에서도 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테슬라는 자체 사업과 미국 레드우드와의 협업을 병행하고 폭스바겐도 폐배터리 활용과 관련해 자체 연구개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EV시장은 2013년 본격 개화해 아직 대다수 EV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EV 배터리 수명은 10년 정도다. 현재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생기는 불량품만 재활용하는 수준이다. SNE리서치는 2025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향후 승용차에서 폐배터리가 쏟아지면 선점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게 되므로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업계가 일찍이 시장 개화에 대비하고 있다.
정혜원
w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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