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 칼럼

[취재수첩] 국회서 잠자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47건. 2020년 5월부터 시작한 제21대 국회 시작 이후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이하 개보법) 법률 개정안의 수다. 철회된 1건을 제외하면 총 46건이 국회에 잠들어 있다. 이중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마련한 정부 입법안도 포함돼 있다.

개보법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 일반적인 상황에 적용하는 일반법이다. 전자상거래나 금융거래, 감염병 예방 등 일부 특별한 상황에 적용하는 특별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일반법인 개보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를 처리·활용해야 한다.

개보법은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일반법인 만큼 여러 산업과 얽혀있다. 가령 자율주행 로봇이나 드론의 경우 보행자 안전 등을 이유로 영상촬영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이전 정부서부터 적극적이게 강조하던 마이데이터 역시도 개보법에 데이터 이동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이상 활성화는 불가능하다.

쟁점이 없지는 않다. 산업계에서는 개보법에 대해 반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보법 정부 입법안에는 법 위반시 책정하는 과징금을 현실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된다면 기업들이 내야 하는 과징금의 최대치는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반발이 크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경우 개인정보 유·노출 및 오·남용 등으로 기업들에게 부과되는 금액이 너무 적다고 줄곧 지적해 왔다.

지난 7월 고객정보 639만건이 유출된 의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사업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자에게는 과징금·과태료 합으로 약 4억원이 부과됐다. 고객정보 1건당 62원 남짓인 수준이다.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인데, 이마저도 국내 사례 중에서는 높은 금액이 책정된 예다.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산정 기준 개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문제는 개보법에 대한 국회의 무관심이다. 법 통과 여부를 떠나 어떤 쟁점이 있는지, 어떻게 타협할 것인지 등이 논의돼야 대안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논의나 처리 없이 계속해서 신규 법안만 발의 중이다. 그렇게 누적된 것이 46건이다.

개보법 정부 입법안은 문재인 정부서 발의됐다. 그리고 현 정부서도 같은 내용을 강조하는 중이다. 여당과 야당 모두 특별한 이견이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개보법 개정은 기약이 없다.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회는 한창 바빠진다. 국정 전반에 대해 상임위원회별 감사를 진행하는 국정감사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국감 이후로는 정기국회다. 산적한 법안들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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