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종합] 이재용 "기술·기술·기술"…삼성 파운드리, '퍼스트 무버' 선언

김도현

- 2025년 2nm·2027년 1.4nm 반도체 생산

- 파운드리 캐파 확대 지속…탄력 운영 위해 '쉘 퍼스트' 도입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같이 말했다. 당시 이 부회장의 발언은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도 묻어났다.

삼성전자는 해당 포럼이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만큼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여러 정보를 공유했다. 이례적일 정도로 다양하고 상세했다.

◆업계 최초 1.4nm 반도체 선보일까=가장 눈에 띄는 건 선단 공정. 이날 삼성전자는 2025년 2나노미터(nm), 2027년 1.4nm 공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nm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포인트는 GAA(Gate-All-Around) 기술도 선제적으로 도입한 점이다. GAA는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은 면을 4개로 늘린 구조다.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접촉면을 1개 더 늘려 전력 효율을 높였다. GAA 적용 3nm 칩은 FinFET 기반 5nm 칩 대비 ▲성능 30% 향상 ▲전력소모 50% 절감 ▲면적 35% 축소 등 개선이 이뤄진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는 3nm 2세대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연이은 2nm, 1.4nm 공정 역시 GAA 기반이다. 앞서 인텔이 1.8nm 반도체를 2024년 하반기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으나 다음 공정 일정은 미정이다. TSMC는 2nm 수준까지만 오픈했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1nm대 초중반 기술을 언급하면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부터는 3nm 이하 공정이 5nm, 6~7nm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2024년과 2025년 3nm 이하 매출은 각각 205억8600만달러(약 29조3800억원), 306억7200만달러(약 43조7700억원)에 달한다. 선단 공정이 파운드리 성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현시점에서 첨단 공정인 3nm, 4nm 등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4~5nm 공정에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를 겪으면서 TSCM와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주요 고객사가 파운드리 협력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최근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은 “4nm 및 5nm 부문에서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수율 등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라면서 “성능과 가격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 말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4nm 공정을 고성능 컴퓨팅(HPC)와 오토모티브로 확대하고 5nm 무선주파수(RF) 공정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파운드리 매출 비중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에는 모바일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문제는 모바일 시장 성장이 제한적인데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부진 국면에 들어선 부분. 삼성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차량용 등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공략해 2027년까지 모바일을 제외한 제품군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패키징·캐파 경쟁 가속화=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화두인 패키징과 생산능력(캐파) 확장 방안도 공개했다.

반도체 선폭이 한 자릿수 nm 단위에 진입하면서 신공정 개발 난도에 급격하게 오르는 추세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기업은 패키징 기술 강화에 나섰다. 좁은 공간에 많은 칩을, 최대한 얇게 포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I-큐브, 2020년 X-큐브 등 최신 패키징 적층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I-큐브는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로직과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배치하는 2.5차원(D) 패키지다. X-큐브는 웨이퍼 상태의 복수 칩을 얇게 쌓는 패키지다.

이중 X-큐브는 삼성전자가 좀 더 집중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마이크로범프형 X-큐브, 2026년 범프리스형 X-큐브를 도입한다. 범프는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소재다. 이를 작게 만들거나 없애면 더 많은 입출력(I/O) 단자를 삽입할 수 있어 데이터 처리량을 늘릴 수 있다.
향후 반도체 수요에도 대비한다. 최근 들어 파운드리 성장세가 주춤하지만 업계에서는 우상향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를 비롯한 대형 파운드리 업체가 증설을 지속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미국 테일러 등에 신규 파운드리 라인을 마련 중이다. 여기에 ‘쉘 퍼스트’ 전략으로 캐파 유연성도 향상한다. 쉘 퍼스트는 클린룸을 먼저 구축한 뒤 시장 수요와 연계해 탄력적으로 설비 투자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2라인에 해당 전략을 활용하기로 했다. 평택 등으로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파 증대에 따라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55억88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5년 후 600억달러를 찍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에 이어 7일 독일 뮌헨, 18일 일본 도쿄, 20일 한국 서울 등에서도 파운드리 포럼을 연다. 내용적으로 큰 변화는 없으나 지역별 맞춤형 솔루션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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