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네이버 빅딜] 2.3조 ‘합리적’ 인수...글로벌 네이버 위한 큰 그림(종합)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올해 네이버 수장에 오른 최수연 대표가 한국 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빅딜’을 성사시켰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북미 최대 패션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한 것. 투자 혹한기에도 네이버가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한 건 그만큼 중고거래 시장 발전 가능성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포쉬마크는 치열한 정보기술(IT) 경쟁 속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운영해 업계 1위를 차지한 업체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지난해 미국 시장에 상장했다. 이런 북미 전통 정보기술(IT) 회사를 네이버가 100% 인수해 전략적으로 이끌기로 했다는 점 역시 국내 IT산업 관점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 최수연 대표 점찍은 ‘리커머스’, 북미 시장 정조준=4일 네이버는 북미 온라인 중고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 지분 100%를 2조3211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 순기업 가치를 주당 17.9달러, 순기업가치 12억달러로 평가했다. 포쉬마크가 보유한 현금 5억8000만달러에 대한 대가를 포함해 총 16억달러에 인수할 방침이다. 인수 완료 시점은 내년 1분기다.

포쉬마크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결합된 미국 대표적인 C2C 플랫폼이다. 2011년 설립 이후 총 8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 C2C 분야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징은 사용자 중 80%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포쉬마크에서 인플루언서를 구독해 패션 스타일을 참고하고, 커뮤니티 형성과 상품 구매를 함께 하고 있다. 포쉬마크는 북미 전역에서 연간 4000만명 유저가 매일 25분 이상 활동하고 있다.

이는 블로그·카페·밴드 등 사용자들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대형 커뮤니티 운영 노하우를 갖춘 네이버와 궤를 같이 한다. 네이버가 2년간 커머스 분야에서 어떤 투자를 할지 고민해 온 결과 연평군 20~30%씩 성장하는 패션 C2C 플랫폼 성장성을 보고 빠르게 진입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수연 대표는 “당근마켓이 일명 만물상처럼 모든 물건을 다루는 C2C라면, 포쉬마크는 이런 당근마켓보다 한단계 진화한 모델로서 더 전문적이고, 특히 커뮤니티가 결합된 C2C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특히 국내에선 중고 플랫폼이 과금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사례가 없지만, 포쉬마크는 북미와 유럽에서 20% 육박하는 수수료를 과금하면서도 최근 흑자를 냈다. 네이버는 우선 북미 지역 MZ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웹툰과 왓패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포쉬마크를 통한 커머스 사업 간의 서비스적 연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 투자 혹한기에 대형 M&A, 네이버 “합리적 인수 가능한 최적 시기”
=일각에선 투자 혹한기에 네이버가 조단위 투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우려 시각을 내비치기도 한다. 최수연 대표는 이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상황도 사실 불확실하고 네이버 주가가 많이 하락하고 있는 장 속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하니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우려를 먼저 듣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포쉬마크 인수 발표 후 이날 네이버 주가는 전일대비 8.79% 하락해 17만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포쉬마크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대표는 주가하락에 대해 너무 심려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대형 M&A가 이뤄졌을시 통상 인수하는 기업 주가가 약세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포쉬마크 인수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현재 거시환경이 안 좋긴 하지만 지금은 북미 소매시장이 취약해져서 요동 치는게 아닌 그 외 지정학적 이슈나 중앙은행 금융정책 때문이라며 “C2C 소매시장은 상당히 견고하며 앞으로도 북미 시장에서 20%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최근 주가 하락세와 맞물려 포쉬마크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시장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포쉬마크 거래액은 예년 같은 경우 연평균 성장률이 20~30%까지 육박했지만 올해는 10%정도로 둔화됐다. 단 이는 코로나19 엔데믹 등 이커머스 전반이 겪는 과정이며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정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례로 포쉬마크 주요 경쟁사로 꼽히는 중고패션 거래 앱 디팝은 지난해 미국 C2C 업체 ‘엣시’에 16억3000만달러(2조3000억원)에 인수됐다. 디팝은 포쉬마크 매출 5분의 1 정도인 작은 규모 업체다. 네이버는 디팝 규모 5배 달하는 포쉬마크를 약 1년이 지난 현재 거의 같은 값으로 인수하게 된 격이다.

김 CFO는 “지금이 인수하기에 적정한 시기라 생각해 인수를 도전했다”며 “자본시장 등 외형적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좋은 회사를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시장 자체가 유망하다는 점 역시 추후 네이버 포쉬마크 인수가 ‘신의 한수’였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최 대표는 “중고패션 시장은 2026년 2190억달러(312조원)로 성장할 것을 보면 아직은 (시장이) 태동하는 시기고 큰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