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s톡] 빗썸 관계사 주가 연일 하락세…수사당국, 무분별한 CB 발행 겨냥할까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관련사다. 검찰이 경영진 횡령 혐의와 관련해 세 회사를 압수수색 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매도세가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비덴트 주가는 개장 직후 전일대비 1.25% 내린 396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바이오젠 주가도 전일대비 3.6%, 버킷스튜디오는 1.8% 하락한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주 장 마감일이었던 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가 비덴트·인바이오젠·버킷스튜디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전산자료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와 같은 소식이 당일 장 마감 이후에 전해지자 이번주 개장일이었던 지난 11일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우선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는 지난주 장 마감일이었던 7일 5900원에서 지난 11일 4130원으로 하한가를 쳤다. 전일 역시 4130원에서 4015원까지 약 3% 가까이 주가가 떨어졌다. 인바이오젠도 지난 11일 885원까지 거래되며 하한가를 친데 이어 전일 778원 종가까지 내려와 13.75% 하락했다. 버킷스튜디오 역시 하한가에 이어 전일 2% 넘는 내림폭을 보였다.
비덴트에 대해 지난 11일 외국인 투자자는 15억원 가량을 순매도한데 이어, 개인 투자자도 12일 22억원 거량을 순매도했다. 인바이오젠의 외국인 매도세도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3억원 가량 물량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같은 기간 개인은 3억원 가량 물량을 순매수했다. 버킷스튜디오에 대해서는 외국인이 지난 7일부터 1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고 개인은 9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경영진 횡령 혐의?
경영진 횡령 혐의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빗썸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최대주주가 회사를 매입한 뒤 전환사채를 대규모 발행해 익명의 투자조합으로 수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세 회사는 복잡한 지배구조에 놓여있어 이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최대주주이자, 인바이오젠의 자회사다.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의 자회사다.
지분율로 보면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지분율 34.22%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빗썸홀딩스는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 최대주주다. 다시 돌아가서 인바이오젠은 비덴트 지분 17.8%를 보유하고 있고, 버킷스튜디오는 인바이오젠 지분을 33.8% 가지고 있는 구조다. 버킷스튜디오 지분 20%를 가진 이니셜1호투자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존재한다. 이니셜1호투자 최대주주 이니셜은 배우 박민영과 열애설에 휩싸였던 강 모 씨의 여동생 강지연씨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쉽게 도식화하면 최상단부터 '이니셜1호투자-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빗썸'순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비덴트 등 영업수익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 8월 이후 CB를 포함해 주식연계채권(BW), 전환우선주를 7813억원어치나 발행했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CB 투자자는 채권처럼 이자를 받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이익을 볼 수 있다. 기업은 CB발행을 통해 수익원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CB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기업 CB발행 목표는 자금조달을 통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다. 하지만, 회사 규모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CB 발행은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할 수 있어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돼왔다. 향후 CB가 얼마든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시장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세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버킷스튜디오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1억원 가량이다. 인바이오젠 영업손실도 79억원에 이른다. 비덴트가 유일하게 지난해 7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것도 앞서 2개년 사업연도간 각각 65억원, 1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막 전환한 것이다.
쉽게 말해 각 기업의 본래 사업 가치가 시간에 비례해 상승하지 않는다면, CB 남발로 향후 투자자들이 짊어져야 할 잠재적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사 관계자는 "기업은 재무구조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재무구조에 부담되는 수준에서 회사채 발행을 남발하면 향후 기존 주주들의 전환 물량 부담만을 키우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비덴트 관련 CB와 BW 의혹을 철저히 밝혀달라는 의원들 질의에 CB, BW 시장 교란행위를 유념해서 보겠다고 언급해 주목받았다.
게다가 CB전환권 행사가 가능한 날, 그동안 복잡한 지배구조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의 재매각설이 흘러나왔다는 점도 의혹에 불을 지핀 상황이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빗썸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최대주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금융당국 수사망이 좁혀졌다.
가상자산거래소 업계 관계자들은 빗썸의 FTX로의 매각이 그동안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안정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해왔다. 하지만, 시세조작을 위한 시장교란 행위였다는 점이 드러나면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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