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건전한 망사용료 담론을 위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망사용료 논란이 거세다. 구글이 주도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과 통신3사가 이끄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진영이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다. 각자의 논리를 내세운 주장과 반박에 반박을 거듭하는 공회전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지만, 어쩐지 승기는 CP 진영이 잡은 듯 싶다. 대중의 지지 때문이다. 구글이 입법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면서, 특히 구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유튜버들이 전면에 나서 망사용료를 비난하면서 부정적 여론이 쌓인 것이다.

대중이 움직이니 국회의원들도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민생 입법과제에 망무임승차방지법을 포함하는 등 망사용료를 부과하는 입법 근거 마련에 적극적이었지만, 근래 망사용료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표가 SNS에 “망사용료법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란 글을 올리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최근 정청래 과방위원장도 이 법에 대해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망사용료 논쟁이 시작된 배경 그리고 망무임승차방지법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콘텐츠 창작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란 구글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졌고, 근거 없는 왜곡도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예컨대, 망무임승차방지법이 중소 CP와 개별 창작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처럼 말이다. 정당한 망이용대가를 부과하는 망무임승차방지법은 그 적용 대상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중소 CP와 개별 창작자는 관련이 없다.

구글이 망이용대가를 핑계로 이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는 그 자체로 구글의 불공정거래행위일 수 있다. 오히려 구글이 자신에게 악영향이 갈 망무임승차방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창작자들을 볼모로 삼고 있는 측면을 생각해봐야 한다.

터놓고 말해, 많은 사람들이 망무임승차방지법에 부정적인 이유에는 통신3사에 대한 불신이 컸다고 본다. 느리고 끊기는 5G 품질과 비싸게 느껴지는 요금제에 대한 불만, 그간 통신사를 향해 누적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여론전에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통신사들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망이용대가 이슈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 망무임승차방지법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글로벌 CP들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지불해야 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무임승차’를 막는 데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대가로 통신사에 요금을 납부하듯이, CP 역시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비용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애플도 디즈니도, 네이버도 카카오도, 국내외 대다수 사업자는 그래서 망이용대가를 이미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망이용대가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은 차라리 건설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임승차 자체가 용인될 이유는 되지 못한다. 특히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정부의 실태조사 권한도 포함하고 있어, 오히려 깜깜이인 망사용료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다.

더욱이 통신3사의 망 구축 비용은 연간 8조원이 넘는다. 동영상 시대 폭증하는 트래픽을 감안하면, 이 비용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소수의 CP가 비용을 분담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통신사와 소비자로 향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이 망사용료 논쟁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그들의 뼈아픈 업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다 본질적으로 망이용대가 논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왜곡된 거짓은 걷어내고, 불편한 편견은 지우고, 보다 건전한 담론을 위해서 말이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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