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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뜨겁지만 2023년 낙관은 금물"… 예상되는 악재는?

정혜원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국내 배터리업체 주가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관련, 2차 전지업체간 경쟁 결과에 따라 실적이 크게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요인으로 꼽혔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러-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받은 유럽 시장의 수요 둔화와 세계적 물가 상승 영향으로 배터리업체들이 완성차업체로부터 주문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것이 주가에도 반영될 수 있다고 전망됐다.

2차 전지 섹터가 막연한 장미빛 청사진보다는 실적 중심의 옥석 가르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삼성증권 장정훈 연구원은 지난 18일 2023년 배터리 전망 분석 리포트를 통해, 2차전지 산업의 중장기 성장을 낙관하면서도 내년 배터리업체의 실적 둔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유럽시장 경기 악화로 인한 완성차 수요 둔화 ▲주식시장 변동성 ▲원재료 가격 조정 ▲중국 전기차(EV) 보조금 중단 ▲중국 CATL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전략 등을 꼽았다.

먼저, 가장 큰 우려는 전기차 수요의 위축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EV 제조 비용 부담도 커진 가운데 소비자 구매력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내년 수요 전망을 낙관적으로 잡고있지만 실제 시장 수요는 시대에 미치지 못할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2022 가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유럽이 4분기 경기침체에 빠지고 내년 1분기에도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연구원은 또 소비자 대기수요가 실수요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완성차업체는 내년에 미리 확보해둔 배터리 재고의 부담을 안게 되면서 추가 주문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가전·IT기기 제조사가 이미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IRA와 주식시장의 변동으로 배터리업체에 대한 가치 평가가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그는 “중국 시장 리스크를 크게 생각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오히려 비싼 한국 업체들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IT산업과 같은 시장 주도 섹터의 투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배터리업체에 투자자들이 몰리다보니 수급으로 기업가치를 받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배터리 원재료인 각종 메탈 가격의 향방도 내년 배터리업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혔다. 시장조사기관인 S&P 글로벌은 세계 경기 둔화로 주요 메탈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메탈 가격이 하락하면 소재 및 배터리업체들의 판가 인하로 이어진다. 장 연구원은 “경기 둔화에 대한 부담이 배터리업체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앞서고 내년 메탈 가격 조정이 일어나는 경우 투자 관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EV 구매 보조금이 내년부터는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의 위축이 2차 전지업체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록 차량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구매세 면제 혜택은 연장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보조금 지급 중단에 따라 전체 EV 수요 둔화를 고려한다는 점을 상기했다.

미국 IRA가 발효되면서 공급망 재정비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경우 특정 모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의 중국 배터리 공급선을 유지하려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CATL은 지난달 IRA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한편 장 연구원은 배터리업체 간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테슬라가 4680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뒤로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안에 같은 형태 배터리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SDI도 원통형 셀 지름이 46파이인 형태의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도입했다. BMW와 같은 완성차업체도 2025년 46파이 배터리 채용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앞서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장착 시 기존 배터리 대비 ▲용량 5배 ▲출력 6배 ▲주행거리 16%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시장 주도권이 4680 배터리 양산 효율성에 달린 것으로 전망됐다.

음극재 개발 경쟁도 배터리업체의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배터리업체들은 최근 하이니켈을 통해 양극재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장 연구원은 “음극재 영역에서 실리콘 소재 채택과 함량 증가를 통해 배터리 셀의 에너지밀도 증가 경쟁도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실리콘 음극재 적용이 확대되면 기존 카본블랙 기반 도전재에서 CNT 도전재로의 교체와 첨가제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정혜원
w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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