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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정책점검]④ 진짜 5G? 이용자·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권하영
정부가 통신사업자에 할당된 5G 주파수를 회수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를 결정했고, SK텔레콤에 대해선 주파수 이용기간 단축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LTE보다 20배 빠른 ‘진짜 5G’로 알려진 28㎓ 대역은 향후 메타버스와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에 필수적인 만큼,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전례 없는 주파수 회수 사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이것이 이용자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까지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통신사에 할당했던 5G 주파수를 일부 회수하면서 그 후폭풍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정부와 통신사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28㎓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고, 통신3사 중 한 곳은 나중에라도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해 28㎓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오히려 28㎓ 생태계 활성화를 더디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빨간불 켜진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를 결정했다. 지난 2018년 주파수 할당 이후 통신사들이 28㎓ 투자를 게을리 했고, 앞으로의 구축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그나마 주파수 이용기간 단축이라는 처분으로 그쳤지만, 내년 5월까지 1만5000개의 28㎓ 기지국 장치를 모두 설치해야만 주파수 취소를 면할 수 있다.

일반 이용자에게 통신사의 주파수 할당 취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실 SK텔레콤은 물론 KT나 LG유플러스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없다. 일반 이용자들이 쓰는 5G는 3.5㎓ 대역 주파수여서다. 아직은 28㎓ 지원 단말이 없어 B2C 상용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 애초에 통신사들은 3.5㎓ 대역을 전국망 용도로, 28㎓ 대역은 핫스팟 등 특수 용도 또는 산업 현장에서 B2B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었다.

다만 28㎓ 지하철 초고속 와이파이 사업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8㎓ 대역을 백홀로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 개선을 지하철 2호선 성수지선에서 실시했다. 이를 지하철 2호선과 5~8호선으로 확대해 내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었다. SK텔레콤이 2·8호선, KT가 5·6호선, LG유플러스가 5·7호선을 담당한다. 하지만 주파수가 회수된 통신사의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 신규 사업자 등장? 28㎓ 생태계 활성화 차질

과기정통부는 할당이 취소되는 2개의 주파수 가운데 1개 대역에 대해서는 기존 통신사에게 할당하지 않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나머지 1개 대역은 일정기간 경과 후 경쟁을 통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할당이 취소된 2개 사업자 가운데 한 곳은 추후에도 28㎓ 주파수를 할당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수십년간 망 투자를 해온 통신사들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한 28㎓ 대역에 대해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할 가능성은 적다. 28㎓ 대역 주파수는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한 특성상 아주 촘촘히 기지국을 깔아야 하고 그만큼 많은 투자비가 수반된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자율주행 같은 미래 서비스들이 성숙되지 않는 한 28㎓를 통한 수익모델을 찾기는 정작 쉽지 않다.

신규 사업자 진입이 요원해질 경우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주파수 회수를 결정했다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다. 한편에선 이음 5G에 관심을 보인 네이버나 한국전력 등 국내 사업자의 진출을 점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신사와 같이 대대적인 투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 사업자도 난관이 있다. 외국 사업자가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을 등록할 때는 지분 제한이 걸리고, 제한을 풀 수 있는 조건도 복잡하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신규사업자가 28㎓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통신사도 하지 못했던 것을 누가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사업자를 아예 허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며 “28㎓를 지역 특화망으로서 이음 5G의 또 다른 권역대로 만든다고 하면 또 모르겠지만, 그 경우에도 기존 통신사들의 진입을 막지 말고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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