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리스 공룡 저울질에…삼성전자-TSMC, 파운드리 '장군멍군'

김도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 4나노 이어 3나노 자존심 대결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갈수록 고객사를 뺏고 빼앗기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은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 및 가격협상 우위를 노린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기업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AR2 1세대’ 생산을 맡게 됐다.

해당 반도체는 4나노미터(nm) 공정 기반으로 고성능 AR 글라스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달 출시됐다. 퀄컴의 맞춤형 지적재산(IP)과 멀티 칩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세부적으로는 ▲AR 프로세서 ▲AR 보조 프로세서 ▲커넥티비티 등으로 구성된다. 전방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아 물량이 많지는 않겠으나 최신 제품을 수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목할 부분은 같은 달 퀄컴이 선보인 신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2세대’ 양산을 TSMC가 담당하는 점이다. 이 제품은 TSMC의 4nm 기술인 ‘N4P’ 바탕으로 제작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냅드래곤8 1세대’ 제조를 담당했다. 하지만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가 발생했다. 이에 퀄컴은 ‘스냅드래곤8+ 1세대’부터 TSMC와 거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거래 조건이 좋으나 공정 기술이나 일정 등에서 TSMC에 밀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외신 등에서는 삼성 파운드리가 스냅드래곤8 2세대 일부 물량을 따냈다는 소식이 나온다. 퀄컴이 일반(스탠다드) 버전과 성능 향상(커스텀) 버전으로 나눠 각각 TSMC, 삼성전자에 발주했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퀄컴의 돈 맥과이어 수석부사장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크리스 패트릭 수석부사장 겸 모바일 핸드셋 부문 본부장은 “삼성전자는 핵심 파트너”라며 “멀티 파운드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의 제품군이 다양하고 물량이 많은 만큼 특정 협력사만 고수할 수 없다는 의미다. 두 회사 외에도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과 협업도 암시했다.

삼성전자 3nm 반도체
삼성전자 3nm 반도체
이러한 기조는 엔비디아, 테슬라 등 움직임에서도 나타난다. 엔비디아는 지난 9월 내놓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RTX40’ 시리즈를 TSMC 4nm 공정을 통해 양산한다고 밝혔다. 전작인 ‘RTX30’ 시리즈는 삼성전자 8nm 라인에서 제조된 바 있다. 최근 대만 언론에서는 테슬라 차세대 완전자율주행(FSD) 칩 생산을 TSMC에 위탁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몫이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3nm 공정을 앞세워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경기 평택에 이어 미국 테일러 공장에 관련 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3nm 로드맵을 공개했다. 올해 6월 양산 개시한 SF3E(3GAE)에 이어 2024년 SF3(3GAP), 2025년 SF3P(3GAP+) 등이 순차적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퀄컴, 엔비디아 등과 SF3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긍정적인 반응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지난 9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4nm 이하 공정의) 성능과 가격을 개선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말이면 파운드리사업부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TSMC는 3nm 공정 구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보다 3nm 라인 가동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3nm를 가장 먼저 현실화한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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