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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없는 이커머스에 독과점 규제?”…학계, 공정위 심사지침 ‘우려’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21일 전원회의에서 ‘온라인플랫폼 심사지침’을 의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온라인 쇼핑플랫폼 경우 시장은 구조적으로 독점화될 수 없고 고착 효과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 ‘자율규제’ 원칙을 넘어 ‘정부개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장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경쟁정책은 입안 전 면밀한 실증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선 윤창현 의원(국민의힘)과 한국유통학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 공동 주최로 ‘실증분석에 기반한 합리적인 온라인플랫폼 정책 수립 방안 모색’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동일 세종대학교 교수는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 17%, 쿠팡 14%, 이베이코리아(G마켓) 9% 정도”라며 “1위 사업자도 점유율 20%가 안되는데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말이 성립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방지를 위한 심사지침 마련을 추진하는 중 실질적으론 그 조건을 충족하는 플랫폼이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26%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소매시장에서 1위인 네이버 점유율도 5%가 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픈마켓 판매자 10명 중 8명은 5개 이상 플랫폼에 입점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플랫폼이 판매자 시장진입·확대를 위한 지원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 교수는 “1위 업체가 전체 시장에서 5%가 되지 않고 판매자들이 대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10개 이상”이라며 “이런 시장에선 갑을 문제보단 시장 기능에 의해 조정·안정되도록 조성하는 게 더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공정위 심사지침 필요성 및 속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이어졌다. 온라인플랫폼 중 쇼핑 부문을 살펴볼 경우 유럽·미국 등 해외에선 새 규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해당 국가들은 이전 법률이 부재하기 때문으로, 국내에선 대기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률만으로도 온라인 쇼핑플랫폼 불공정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가 법률안 마련을 했는데 대규모유통업법, 공정거래법 규정들과 큰 차별성을 갖고 있지 않다”며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법률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어떤 사태가 터졌을 때 규제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있고, 유럽에 대한 규제 법률도 많이 소개되는데 엄밀히 유럽 규제 대상은 자국 기업이 아닌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다”라며 “플랫폼 거래도 계약인데 중소상공인 보호 필요성이 당사자 사이 계약 체결을 무시할 만큼 큰 것인지 따져봐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기업 주도로 자율규제를 하려면 기존 규제 중 짐을 하나 내려면서 규제 방향을 유인해야 하는데, 현행 규제에 대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자율규제하라면 그것도 다 비용이 된다”고 꼬집었다.

독과점 플랫폼이 없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규제가 정말 필요한지 본질적인 질문도 나왔다. 네이버와 카카오 지위가 미국 GAFA와 비견될만큼 공고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미국과 달리 다수 기업이 비교적 균등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독과점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쇼핑 플랫폼이 자체 브랜드(PB)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도 공정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플랫폼 업계 전향적 의견을 내비쳤다. 고물가 시대 가장 필요한 비용 절감 전략이며 소매점 차별화를 강화할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이유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도 “기본적으로 공정위가 현재 자율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새 규제 방식으로 여러 가지 기업 행위에 있어 요구되는 개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공정위도 기업이 자율규제를 추구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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