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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결산/방송] 방송업계, 코로나 수혜 끝…지속가능 성장 논의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2022년은 방송업계에 있어 암울한 한해였다. 특히 코로나 시대,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대표 수혜를 누렸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경우 가입자 상승폭이 크게 꺾인 가운데, 사업자들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의 공세 속에 독자 행보를 멈추고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한편, 광고형 요금제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했다. OTT의 등장으로 위축됐던 레거시 미디어도 콘텐츠 공동제작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생존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정부 차원에선 방송사업자에 대한 과감한 규제 완화가 시도됐다. 정부는 연내 방송광고 부문에서 규제 완화를 약속, 조만간 지상파가 방송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유료방송부문에선 기술중립성을 도입, 케이블TV는 IP방식으로 방송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OTT의 경우 그간의 숙원 과제가 해결됐다. 자체등급분류제의 도입으로, 온라인비디오물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게 됐다.

◆ '티빙-시즌 합병' OTT 연합전선 구축…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출시

2022년 방송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상태로의 회귀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외부 활동 제약으로 단기간 빠르게 성장한 OTT는 포화상태에 직면, 가입자 상승폭이 올해 들어 크게 꺾이며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콘텐츠 공개방식의 변화 등 가입자를 락인(Lock-in·잠금)시키기 위한 전략들도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이 가운데 토종OTT 왓챠의 매각설이 제기됐다. 왓챠는 상장 주관사를 선임하고 1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에 나섰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으며,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는 모두 중단했다.

다른 OTT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의 영업 손실을 각각 기록한 가운데 올해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OTT 사업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싸움인 가운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간절한 시점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7월 CJ ENM과 KT는 각사의 OTT법인인 티빙과 시즌의 합병안을 결의하고 협력에 나섰다. 티빙이 시즌에 흡수합병 되는 방식이다. 당시 티빙 양지을 대표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은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양사는 합병으로 미디어사업을 이끌어가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서로 채울 수 있게 됐다. CJ ENM은 마케팅 채널을, KT는 글로벌 유통채널을 각각 얻게 된 것이다. 국내 OTT 시장의 판도도 뒤집혔다. 지난 10월 기준 티빙과 시즌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각각 431만명, 125만명으로 이를 더하면 기존 1위 사업자인 웨이브(416만명)을 추월했다.

광고형 요금제의 출시도 올해 방송시장의 큰 화두였다. 넷플릭스가 한국시각으로 지난 11월4일 ‘광고형 베이직(Basicwithads)’ 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디즈니플러스도 조만간 미국에서 해당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광고형 요금제는 콘텐츠에서 광고를 제공하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수백억원을 투자해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공개 직후에만 가입자가 잠시 늘었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의 광고형 요금제는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여겨졌다.

다만 현재까진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인 가운데, 국내 OTT사는 당장의 도입 대신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 케이블TV-PP, 콘텐츠 공동제작 나서…공동 콘텐츠 브랜드 선보인 IPTV3사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편성을 위한 케이블TV·인터넷TV(IPTV) 등 유료방송업계의 협력도 돋보였다.

먼저, 케이블TV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함께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는 한편 종편과 콘텐츠를 공동 편성해 사업의 효율성을 도모했다. 지난해 4월 플랫폼과 PP가 공동으로 역량을 모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 아래 케이블공동제작협력단을 출범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6월24일 종영한 ‘눈에 띄는 그녀들’도 케이블공동제작협력단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눈에 띄는 그녀들’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인생으로 만들어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다큐멘터리다. LG헬로비전과 뉴트로TV·동아TV·육아방송·JNG·청춘시대TV·TBS·한국직업방송 등 7개 PP사가 공동 투자를 통해 제작하는 동시에 동일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해 노출 효과를 극대화했다.

종편과의 협력으로 시청자 저변도 확대했다. 사업 권역에 제한이 있는 케이블TV와 달리, 종편은 전국 시청자에 방송 송출이 가능해 콘텐츠 영향력을 높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난 7월17일 종영한 ‘엄마는 예뻤다’는 MBN에 공동 편성된 가운데, 렛미인PD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엄마버전 렛미인’으로 화제를 모았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도 OTT에 맞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먼저 확보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3사는 콘텐츠 공동 전략 수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공동 수급했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최근 3사 공동 콘텐츠 브랜드인 ‘아이픽(!PICK)’을 선보인 가운데 3000억원 규모의 공동 자금을 투입해 PP나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자신의 콘텐츠 기획안을 글로벌 OTT밖에 판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이픽’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 방통위, 네거티브 광고 규제 완화…기술중립성·자체등급분류제 도입

OTT의 등장으로 위축됐던 레거시미디어들이 OTT와 공정 경쟁여건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해온 가운데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도 더해진 한해였다.

먼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네거티브 광고 규제를 완화하고 크로스미디어렙을 도입하는 법안을 연내에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특히 크로스미디어렙 도입으로, 방통위는 지상파방송사가 공공성 구현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로스미디어렙은 방송광고 외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에서도 광고 판매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최근 광고주들 사이에서도 광고효과 제고를 위해 기존 방송과 인터넷, 모바일 매체 등 다중매체를 결합해 광고하는 크로스미디어 광고를 집행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방송사는 방송광고 판매대행 기관인 미디어렙을 통해서만 방송광고 거래를 할 수 있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송광고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지상파 소유․겸영 규제를 현실화하며 허가․승인 및 편성규제를 개선하고 있다”라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해 방송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과감히 혁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유료방송업계에선 기술중립성 도입이 가장 큰 제도 변화 중 하나였다. 기술중립성은 IPTV·케이블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 간 전송방식 구분을 없앤 것이 핵심이다. 케이블TV·위성방송은 주파수(RF·Radio Frequency) 기반의 MPEG-2 신호, IPTV는 IP 신호만을 사용해 방송을 전송할 수 있었던 가운데 RF방식은 가용 주파수 대역이 제한돼 채널 수 확대는 물론, 채널당 전송 용량에 한계가 있었다. 이 가운데 기술중립성이 도입되면서 케이블TV 역시 IP 기반의 신규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졌다.

신규사업자인 OTT의 숙원 과제였던 자체등급분류제도 도입됐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자유로운 예술 창작 환경과 활력 넘치는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설정하고 핵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제1차관 주재로 하는 규제혁신 전담조직(TF)도 구성·운영해왔다.

자체등급분류제는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디오물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분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모든 콘텐츠에 대해 상영등급 판정을 받아야 해 적시성이 특징인 OTT사업에 큰 타격을 준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오자 마련된 것이다. 등급분류가 완료되기까진 평균 12일이 소요되는 가운데 이 기간 영상물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서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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