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5G 중간요금제를 둘러싼 정부와 통신3사간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난 8월 통신3사가 24~31GB짜리 5G 중간요금제를 잇따라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통신사들은 그러나 실적과 연결되는 중간요금제를 또 출시해야 한다는 압박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생계비 부담 경감 방안 중 하나로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국민 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5G 중간요금제 다양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사 실적이 좋다고 하는데 잘한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5G 중간요금제를 만들도록 협의할 것”이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국민의 통신비 부담이 적어지게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장관이 언급한 대로, 실제 통신사들은 올해 1~3분기 높은 실적을 거뒀다. 통신3사 전체 영업이익은 분기마다 1조원을 넘었으며, 지난 3분기 통신3사 영업이익은 1조2036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조521억원)보다 14% 증가했다. 이를 두고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통신사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통신사들은 월 5만9000원~6만1000원에 24~3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는데, 이는 100GB 이상 고가 요금제 가입자의 다운셀링보다는 15GB 미만 저가 요금제 가입자의 업셀링을 끌어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통신사 내부적으로 공유되는 5G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정부 요구대로 더 많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게 되면, 그때는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중간요금제 구간은 최소 40GB 이상 100GB 미만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일 텐데, 이는 100GB 이상 고가·고용량 요금제를 쓰던 이용자들의 다운셀링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3사는 기존 5G 중간요금제를 더 늘리는 것에 대해 “아직 요청받은 것이 없기 때문에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업계는 5G 중간요금제 확대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5G 요금제가 등장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중간요금제 출시가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좀 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5G 중간요금제를 확대하는 대신 다른 요금제를 다양화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최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추가로 내놨다. 월 4만8000원에 110GB, 월 5만5000원에 250GB, 월 6만9000원에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는 요금제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도 온라인 요금제 추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월 요금을 25%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 등을 받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통신3사가 지난 2020년부터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내놨지만 그간 큰 호응을 받지 못한 이유다. 실제 통신3사가 운영하는 LTE·5G 온라인 요금제 가입자는 3사 전체 5G·LTE 가입자의 0.3%인 17만8330만명(올해 8월 기준)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