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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회사원에서 유명 이모티콘 전업작가로, ‘토심이’ 주인공은?

최민지
‘핫’ 뜨거운 ‘랜선인싸’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랜선인싸는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랜선’과 무리 내에서 잘 어울리고 존재감이 뚜렷한 사람을 일컫는 ‘인싸’를 합친 말입니다. <디지털데일리>가 독자를 대신해 여러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랜선인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영상이 아닌 글로 만나는 인싸 열전을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카카오가 2022년 이용자 마음을 사로잡은 이모티콘 8종을 공개했다. 이 중 하나가 ‘토심이와 토뭉이’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토끼 커플 이모티콘에 카카오톡 이용자 지갑이 열렸다. ‘토심이는 새해 복 많이 받을거야!’ 이모티콘은 현재 인기순위 6위다. 귀엽지만 지친 직장인을 연상케 하는 ‘힘없는 오리나부랭이’도 같은 작가 손에서 탄생하면서, 벌써 3번째 버전까지 나온 상태다.

이모티콘 ‘토심이’ ‘토뭉이’ ‘힘없는 오리나부랭이’를 그린 김지현 작가<사진>는 IT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평범한 회사원 출신이다. 이직을 준비하면서, 취미로 그렸던 이모티콘 중 하나가 반응을 얻으면서 이 세계에 본격 입문하게 된 사례다.

김 작가는 학창시절 교과서 한구석에 낙서처럼 작은 그림을 그리는 학생이었다. 회사원으로 취직한 후에도 이 습관은 남았다. 다이어리에 회의 내용을 메모하면서도 이것저것 그렸는데, 이 중 하나가 토끼였다. ‘애교가 많은 토심이’ 중 날아가는 하트를 배경으로 한 이모티콘이 다이어리에 그려진 최초의 토심이었다.

김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오리나부랭이’는 본인이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어 탄생한 경우다. 현실에 지치고 마냥 집에 누워 있고 싶고 힘 없는, 마치 보통의 회사원 같은 모습을 투영했다고 한다.

이제 김 작가는 이모티콘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보통 직장인보다 큰 수익으로, 완전한 경제적 자립을 이뤘다. 회사원 때보다 스트레스도 낮고, 돈을 벌면서도 주도적으로 창작할 수 있어 직업 만족도 또한 크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됐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귀여운 캐릭터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걸로 돈을 벌 거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안정적인 회사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런데 이모티콘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나타났어요. 좋은 타이밍에 좋은 기회가 열려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이모티콘 작가보다 만족스러운 직업은 없을 것 같아요.”

다음은 김지현 작가와의 서면인터뷰.

Q. 어떻게 이모티콘 세계에 입문하게 됐나요?

▲우연히 카카오 이모티콘을 개인도 만들어서 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에 회사 이직을 준비하면서 백수였던 저는 남는 시간에 생애 첫 이모티콘을 그려보았습니다. 그림도 서툴고 매출도 적었지만, 카톡에서 제가 그린 이모티콘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모티콘도 여가시간 취미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회사원에서 이모티콘 전업작가로 전향하게 됐나요?

▲가벼운 마음으로 제출해 본 토심이 이모티콘이 생각지 않게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재직 중이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회사 안에서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기에, 처음에는 퇴사를 할 생각이 없었어요. 안정적인 울타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올 용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다니다 보니 결국엔 내가 주체가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만 하면서 회사에 내 미래를 의지하는 것이 옳은가 고민하다가 본격적으로 ‘내 것’을 하기 위해서 전업작가로 전향했습니다.

Q. 인기 이모티콘 작가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처음 만들었던 이모티콘들은 낮은 순위로 조용히 잊혔어요. 그래서 대단한 포부 없이 취미로 그려보았는데, 다행히 토심이가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처음부터 이걸 직업으로 삼고 잘해야겠다 생각했으면 조급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요. 토심이는 이제 이모티콘 시리즈도 많이 늘어나고, SNS를 통해 더 풍부한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단단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운도 잘 따라주었지만, 부지런히 노력하는 만큼 토심이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분들도 늘어나는 것을 느껴요.

Q. 작가님이 꼽는 대표작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세어보니 30개 이상 이모티콘을 만들었네요. 대표작은 물론 토심이 시리즈입니다. 그 중에서도 <애교가 많은 토심이>는 지금 보면 서툴고 디자인도 많이 다르지만, 제가 이모티콘 작가로 일할 수 있는 초석이 되어주어서 애착이 큽니다.

Q. 토심이, 토뭉이, 오리나부랭이는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된 캐릭터인가요?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교과서 한구석에 조그만 낙서를 잔뜩 그려 놓는 아이였는데, 회사에 다니면서도 그런 습관은 바뀌지 않더라고요. 다이어리에 회의 내용을 메모하면서 끄적끄적 그린 토끼를 그대로 이모티콘으로 옮겨보았어요. <애교가 많은 토심이> 중 날아가는 하트를 배경으로 한 이모티콘이 다이어리에 그려진 최초의 토심이였어요. 흰 토끼 캐릭터는 이미 시장에 넘쳤기 때문에 토심이만의 콘셉트가 필요하다 생각했고, 혀 짧은 말투의 애교 많은 캐릭터로 24종을 구성해서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이후에 홍보를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개설했어요. 인스타그램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고 토심이 사용자 상당수가 커플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토심이 성별을 특정 짓지 않았지만, 캐릭터 특성상 여성분들이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 토심이 유저 남자친구를 타깃으로 만든 캐릭터가 토뭉이에요.

오리나부랭이는 제 캐릭터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저는 사실 그렇게 애교가 있는 사람이 아닌데, 토심이는 엄청 귀엽게 행동해야 하는 캐릭터였어요. 자아와 작업물 사이에 괴리가 커서 사실 저는 토심이를 즐겨 쓰지 않아요. 제가 쓸 수 있는 저 같은 이모티콘이 하나 있었으면 싶었어요. 그래서 현생에 지쳤고, 마냥 집에 누워 있고 싶고, 너무나 힘 없는 오리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보통의 회사원 같은 캐릭터입니다.

Q. 사람들이 토심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토심이가 귀여워서 좋아한다고 믿고 있어요. 색연필로 그린 듯한 제 그림의 질감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토심이와 토뭉이는 인스타툰으로도 그려지고 있는데, 진짜 현실 커플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만큼 유저들이 본인을 많이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모티콘은 나를 대신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보니 ‘나 같은 캐릭터’가 매력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올해는 ‘계묘년’ 검은 토끼띠의 해입니다. 새로운 이모티콘도 계획하고 있나요?

▲토심이가 토끼여서 신년 이모티콘으로 검은 토끼 버전을 만들어야 하나, 조금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하얀 것만큼 귀엽지 않은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Q. 카카오 이모티콘 11주년, 2022년 한 해 이용자들 마음으로 사로잡은 이모티콘 8종 중 하나로 선정됐는데요. 소감을 들려주세요.

▲토심이 첫 이모티콘이 나온 건 4년 전이지만, 제가 전업작가로 이모티콘에 매진한 건 1년반 정도 됐어요. 그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에요. 열심히 만든 만큼 좋아해주신 것 같아 정말 행복해요! 이렇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그릴 수 있어 기뻐요.

Q. 이모티콘 작가의 삶은 어떠한가요?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된 경우라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이모티콘은 특정한 클라이언트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에요. 돈을 벌면서도 주도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 직업의 장점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좋아해 주다니, 정말 행운이에요. 큰 응원과 사랑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귀여운 캐릭터도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걸로 돈을 벌 거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안정적인 회사원이 되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런데 이모티콘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나타난 거예요. 좋은 타이밍에 좋은 기회가 열려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이모티콘 작가보다 만족스러운 직업은 없을 것 같아요.

Q.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토심이가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할 때마다 크게 감동해요. 기념일 케이크에 그려지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토심이 인형을 선물하기 위해 먼 거리를 달려오거나, 커플 애칭이 토심이 토뭉이가 되거나, 태어날 아가의 태명이 토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요. 항상 사랑이 가득한 순간들에 토심이가 함께 있더라구요.

Q. 이모티콘 작가 활동을 통한 수익 규모에 대해 알려주세요.

▲저는 프리랜서입니다. 얼마나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서 매달, 매년 수익이 천차만별이라 정확히 매출을 말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직장인보다 수입이 훨씬 큰 편이에요. 요즘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할 수 있어 뿌듯함을 느껴요.

Q. 브랜드 광고와 협업 등도 이뤄지고 있는지요?

▲그동안은 이모티콘에만 집중해왔는데, 다양한 곳에서 토심이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내년부터는 재밌는 협업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이모티콘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면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면 너무나 만족스러울 직업이에요! 사이즈가 작아서 작업에 대한 부담도 적고, 출시됐을 때 즉각적인 반응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재미있어요. 다만 대중적인 판매를 위해서는 소비자 취향을 살피고 피드백을 읽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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