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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인싸] 수어로 말하는 이모티콘, 늬에시‧베니‧옴팡이

최민지

-‘늬에시’ 철새, ‘베니’ 구작가, ‘옴팡이’ 애소…3인3색 인터뷰①
-인기 이모티콘 작가 3인방, 카카오 ‘수어 기브티콘’ 참여
-손으로 나누는 따뜻한 대화, 수어 담은 이모티콘으로 기부까지
-청각장애인, 고립되지 않도록 관심 환기…편견 없는 사회 한걸음

왼쪽부터 옴팡이, 베니, 늬예시 이모티콘 캐릭터.(사진제공 카카오)
왼쪽부터 옴팡이, 베니, 늬예시 이모티콘 캐릭터.(사진제공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수어는 손으로 말하는 보이는 언어다. 코로나19 관련 정부 브리핑으로 인해 수어통역사에 대한 관심이 잠깐 높아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청각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낮다. 어느 장애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과거 방송인 신동엽이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청각장애인 형을 언급하면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나왔을 때를 떠올리며 기쁨을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지금은 영상통화도 가능한 시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청각장애인들 의사소통이 힘겨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들을 향한 관심을 환기시키면서도 장애 편견을 낮출 수 있는 방식은 없을까?

사실, 이모티콘만큼 직관적이고 친숙한 수단은 없다. 심지어 대중적이다. 이모티콘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로 시각적으로 재밌게 의사소통할 때 쓰는 수단 중 하나다. 수어처럼 이모티콘도 보이는 언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모티콘은 충분히 수어를 담을 수 있다. 카톡을 사용하는 수많은 이용자에게 수어를 향한 사회적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이 모아졌다.

이에 인기 이모티콘 작가 16인이 뭉쳤다. 수어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이모티콘 ‘수어 기브티콘’을 위해서다. 작가들은 각 캐릭터가 수어를 표현하는 모습을 이모티콘으로 담아냈다.

카톡(카카오톡)으로 대화할 때 이모티콘 좀 써봤다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인기 작가 3인방도 합류했다. ‘늬에시’ 철새, ‘베니’ 구작가, ‘옴팡이’ 애소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늬에시는 “한잔 고?”, 베니는 “화이팅”, 옴팡이는 “부끄 부끄(부끄럽다)”를 수어로 표현했다.
왼쪽부터 애소, 구작가, 철새 작가.(사진 제공 카카오)
왼쪽부터 애소, 구작가, 철새 작가.(사진 제공 카카오)

“저도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남일로 여겨지지 않아서 함께 하고 싶었어요. 청각장애인은 사회적으로도 의외로 고립되기 쉬운 장애이기도 하고 외로움이 큰 장애라고 생각해요. 기브티콘을 통해 누군가가 청각장애인에 대해 궁금해져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만으로도 기뻐요.(구작가)”

“수어를 어렵고 생소하게 느끼던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수어의 대중화에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저에겐 큰 의미였어요. 기브티콘 판매 수익 전액이 수어·청각장애 관련 사업에 기부된다는 점에서도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애소)”

“누구나 쉽게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많은 참여를 끌어냈죠. 카카오가 가진 전파력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했는데, 이런 게 흔히들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요.(철새)”

한편, 기브티콘이 판매될 때마다 카카오가 건당 1000원씩 최대 1억원을 기부한다. 이용자는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것만으로 기부를 경험할 수 있다.

다음은 ‘수어 기브티콘’과 관련해 작가 3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

Q. 수어 기브티콘(Give-ticon)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구작가) 역시 저도 청각장애인이다 보니 남일로 여겨지지 않아서 함께 하고 싶었어요. 의미 있는 일이라면, 혼자보다 여럿이서 함께 나누면 힘이 훨씬 커진다는 걸 믿으니까요.

▲(애소 작가) 이전에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 수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굉장히 감명 깊게 본 기억이 있어요. 특히 손동작과 표정으로 말보다 더 깊은 감정이 전달되는 부분에서 수어도 누군가에겐 굉장히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됐어요.

▲(철새 작가) 먼저 카카오 측에서 좋은 기회를 제안했습니다. 저로서는 매일 만드는 이모트 하나만 새롭게 만들면 되는 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안 할 이유는 없었죠. 평소에 하지 않던 수어 방식이라 오히려 재밌게 작업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Q. 이번 이모티콘을 만들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애소 작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볼에 가져다 대는 ‘부끄러워’ 수어 동작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했는데요. 옴팡이는 손가락이 짧은 캐릭터다보니, 짧은 손가락으로 수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까 봐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이번 수어 이모티콘에서는 지금까지의 수많은 옴팡이 이모티콘 중 가장 긴 손가락을 가진 옴팡이가 탄생했답니다. 손가락이 길어진 옴팡이 캐릭터가 어색해 보일까 많이 걱정했는데, 막상 출시하고 나니 주변 분들이 수어로 감정을 전달하는 옴팡이가 잘 어울린다고 해서 안심했어요. 다음음부터는 옴팡이 손가락을 좀 더 길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구작가) 이번에 진행한 수어 기브티콘은 다른 작가들과 모두 함께 만들었기에 더 재밌게 보람됐습니다.

Q. 수어로 이모티콘을 표현했는데, 생각나는 메시지가 있나요?

▲(철새 작가) 16명 작가들이 작업하기 편하게 수어 아티스트가 여러 수어 샘플 영상을 보내줬는데요. 그 중에 제가 작업했던 “한잔할래?”라는 수어 동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따뜻한 캠페인에, 어쩌면 제 얄미운 개구쟁이 느낌의 캐릭터가 잘 맞을까라는 고민도 했었죠. 그런데 영상을 보는 순간, 손동작이 너무 바로 이해가 돼 재밌었어요.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습니다.

▲(애소 작가)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떤 표정을 짓는지에 따라, 또 손의 모양·방향·위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수어는 단순한 제스처가 아닌 굉장히 체계적인 언어 수단임을 알게 됐어요. 실제 상황과 모습을 형상화해 손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고 정확한 의사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번 작업을 하면서 크게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Q. 이번 기부 활동이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구작가) 모든 장애인이 그렇지만, 같은 장애를 가졌다고 똑같지는 않더라고요. 청각장애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다양하고 복잡해요. 사회적으로도 의외로 고립이 되기 쉬운 장애이기도 하고 외로움이 큰 장애라고 생각해요. 이 기브티콘을 통해서 누군가가 청각장애인에 대해 궁금해져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저는 매우 기쁠 것 같아요!

▲(애소 작가) 이모티콘이 대중화 되면서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언어를 일부 대신하고 있어요. 수어를 이모티콘과 접목해 표현함으로써 수어를 어렵고 생소하게 느끼던 사람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고, 수어의 대중화에 작게나마 일조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저에겐 큰 의미였어요. 더불어 기브티콘 판매 수익 전액이 수어·청각장애 관련 사업에 기부된다는 점에서도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철새 작가) 카카오가 가진 전파력을 좋은 방향으로 잘 사용한 것 같아요. 누구나 쉽게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죠. 이런 게 흔히들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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