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IT] 방송수신료는 누가 더 가져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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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우리가 집에서 유료방송을 볼 때 내는 비용이 사업자들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유료방송에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업자와, 그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사업자. 여러분은 누가 더 많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문제를 두고 최근 정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내라” “더 줄 수 없다”는 두 사업자 간 의견차가 팽팽한 가운데 한정된 방송재원을 두고 배분하려는 정부에겐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오늘은 바로, 수신료(시청자가 방송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돈) 등 방송재원의 배분문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프로그램 사용료’가 뭔데?”
먼저, 이 이슈를 파악하려면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IPTV(인터넷TV)·SO(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프로그램을 사용한 대가로, 이용자가 낸 수신료의 일부를 떼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우리(이용자)가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인 ‘Btv’를 이용하기 위해 1만5400원(스탠다드 기준)을 지불했다면, SK브로드밴드는 그 일부를 Btv를 구성하고 있는 tvN, 엠넷 등 200여개의 채널에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재배분하는 방식이죠.
“그럼 어떻게 배분하는데?”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합니다. 유료방송사와 PP는 매출 및 가입자 증가에서 서로의 기여도를 주장하며 자신이 더 많이 배분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PP는 자신들의 콘텐츠가 없었다면 서비스가 가능했겠냐는 입장인 반면, 유료방송사는 콘텐츠 성공에서 유통 등 플랫폼이 기여한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합니다.
이런 갈등은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통해 K-콘텐츠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더욱 격화됐는데요. PP업계가 K-콘텐츠의 가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유료방송사가 PP에 지불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수년 전과 비교해 거의 그대로라며 반발하면서입니다.
실제 갈등 사례를 살펴보면요. 2021년 PP A사가 IPTV B사를 상대로 전년대비 약 3배 인상된 프로그램 사용료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A사는 B사가 불공정한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급해 왔다고 주장, B사는 과도한 인상률이라며 반박했습니다.
당시 B사가 A사에 지급한 프로그램 사용료는 분기별 5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총 6편으로 구성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제작비가 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B사로부터 받은 프로그램 사용료는 6분의 1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B사는 콘텐츠가 흥행한 데에는 플랫폼의 역할도 있는데 PP가 프로그램 사용료로 제작비를 충당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지만, 어쨌든 A사는 B사가 이용자로부터 받는 수신료 대비 A사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배분하고 있는데?”
지금까진 갈등의 배경을 살펴봤습니다. 이 시점에서 아마 현재는 수신료가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 지 궁금하실텐데요. 2021년 기준 SO와 PP는 5대5, IPTV와 PP는 3대7로 각각 수신료를 배분하고 있습니다. SO는 거의 동등하게, IPTV는 더 많이 챙기고 있는 구조네요.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요. 2021년 기준 SO의 수신료 매출액은 8825억원으로, 이 중 49%에 해당하는 4389억원이 지상파와 PP에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됐습니다. 지상파와 PP에 지급되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각각 1120억원(12%), 3269억원(37%)입니다.
같은기간 IPTV는 수신료 매출액(2조2594억원) 가운데 30.5%인 6907억원을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급했습니다. 지상파는 2166억원(9.5%), PP는 4741억원(20%)을 IPTV로부터 받았습니다.
특히 PP의 경우 200여개의 사업자가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총합이 8010억원인 것으로, 200여개의 PP 중에서도 종편PP·대형PP 등이 가져가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중소PP가 가져가는 콘텐츠 사용료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유료방송사와 PP가 수신료 배분비율을 두고 평행선을 걷는 상황에서, 양쪽이 만족할 만한 기준을 마련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정부가 직접 나서기도 했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까지 배분에 잣대가 되는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하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사업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서 가이드라인 마련은 해를 넘기게 됐는데요.
PP “프로그램 사용료 더 달라”
유료방송사 “지상파에 주던 프로그램 사용료을 줄여 PP에 주겠다”
지상파 “유료방송사가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규모를 늘리면 해결될 문제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결국은 누군가 덜 받고, 또 누군가 더 내야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유료방송사가 더 내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요?”
그렇다고 유료방송사가 더 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방송재원은 결국 한정됐다는 점에서, PP가 요구하는 만큼 주다보면 유료방송사의 곳간도 언제 비어질지 모릅니다.
유료방송사인 SO의 상황만 봐도 그렇습니다. SO의 방송사업매출은 2017년 2조1307억원을 기록한 뒤, ▲2018년 2조898억원 ▲ 2019년 2조227억원 ▲2020년 1조9328억원 ▲ 2021년 1조8542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는데요. IPTV의 성장세도 점차 둔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방송 재원이 외부에서 충당되지 않는 재분배하는 방식은 조삼모사식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도 업계에서 나옵니다.
최근엔 유료방송사 역시 PP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만큼 시장 내부에서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많이 사라졌다는데요. 이에 일각에선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을 그대로 놔두고, 문제가 있을 시에만 조정해 달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모쪼록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음에는 방송시장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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