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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도합 '380조원' 벌고도 울었다…"뼈아픈 주력의 부진"

김도현
- 주요 매출원 메모리 및 TV·가전 부진
- 작년 4분기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는 험로 예상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지난 6일 한국 전자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세계 무대를 평정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이 공개되면서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사업부마저 뒷걸음질치면서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역대급 연매출 찍고도 웃지 못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0조원,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8.83% 줄고 전년동기대비 76.57%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60.37% 전년동기대비 69.00% 하락했다.

같은 날 LG전자는 이 기간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 21조8597억원, 65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기대비 3.2% 전년동기대비 5.2%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전기 및 전년동기대비 91.2% 감소했다.

양사는 매출 측면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 더욱이 연매출로 계산하면 삼성전자는 300조원, LG전자는 80조원을 돌파하면서 나란히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1년 동안 도합 380조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더할 나위 없는 2022년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시선은 영업이익으로 쏠린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충격 실적(어닝쇼크)’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의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는 각각 6조9300억원, 4700억원이었다. 부진 자체는 예견됐으나 말 그대로 3분의 1토막, 10분의 1토막 나면서 예상을 한참 밑돌다.
거센 메모리 한파…단가 하락 계속될 듯

이번 어닝쇼크는 핵심 사업부에서 힘을 못 쓴 데서 비롯됐다. 우선 삼성전자의 대표 품목인 메모리가 불황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에서는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과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했다”면서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10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당시 PC용 D램 범용제품의 경우 전월대비 22.46% 감소하면서 전례 없는 낙폭을 나타냈다. 11~12월도 반등하지 못한 채 2022년을 마감했다. 메모리카드용 낸드 범용제품 역시 5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고 남은 2달은 그대로 유지됐다. 업계에서는 올해 D램과 낸드 평균판매가격(ASP)가 최대 50% 하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쟁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미국 마이크론은 9~11월 영업손실이 2억900만달러(약 27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메모리 빅3 재고자산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투자 축소를 예고한 가운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까지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인 스마트폰과 가전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는 매크로 이슈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와 매출이 축소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며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고 토로했다.
놀라운 이익률 자랑하던 생활가전마저 빨간불

LG전자도 심각한 상태다. 일단 최근 실적에서 큰 역할은 해온 LG이노텍(연결기준 포함)마저 무너지면서 표면적인 숫자도 좋지 못했다. LG이노텍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흔들리면서 예상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경우 제조 협력사인 폭스콘이 중국 정저우 사태에 휘말리면서 아이폰 등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최근에서야 폭스콘 공장이 정상 가동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만 놓고 보면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개별 실적으로 LG전자가 적자 전환한 건 3년 만이다. 참고로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하회한 건 4년 만이다.

LG전자의 주력은 TV 및 가전이다. TV는 소비심리 위축 직격탄을 맞았다. 이례적으로 4분기에 월드컵이 열렸음에도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메인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흥행하던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예년만큼 구매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도 한몫했다. 결과적으로 TV를 다루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는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익 견인차인 생활가전(H&A)마저 소폭 흑자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거시경제 악화에 따른 수요 감소, 해외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 등이 악재였다. 코로나19 특수 종료와 여전히 높은 물류비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은 더 심각…하반기 반등도 장담 못 해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대외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데다 당분간 경기침체가 계속될 예정이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중으로 반도체 부문 적자 전환이 우려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1분기 말에는 반도체를 생산할수록 손해보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이익 감소 추세는 2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의 경우 2분기 적자가 예상된다”고 이야기했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고물가 고금리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통상 상반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꼽혀 수익 감소가 더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 자칫하다가는 TV에 이어 생활가전 분야마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2023년 상반기 말부터 반등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비관적인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외신에서도 이번 실적을 조명했다. BBC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역사적인 규모의 이익 감소”라고 보도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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