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써 주는 기사는?…제2의 알파고 쇼크, ‘챗GPT’ 사용해보니 [PLAY IT]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알파고가 바둑기사 이세돌에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4대1의 완승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알파고 쇼크’라는 용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그리고 AI 쇼크는 태풍이됐고, 후폭풍은 지금도 맹렬하게 산업 전반에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파고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AI가 출현했다.
미국 기업 오픈AI가 개발한 텍스트 기반 대화 AI 모델 ‘챗GPT’가 그 주인공이다. 작년 11월 초기 데모 버전 챗GPT가 공개 후 5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챗GPT는 정해진 몇 가지 대답만 앵무새처럼 돌려 하는 기존 AI와는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게시글과 위키피디아, 서적 등을 기반으로 축적된 지식을 완성된 문장으로 대답한다. 혐오나 차별 표현은 자체적으로 거르는 기능까지 갖췄다.
챗GPT의 열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100억달러(약 12조4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할 정도다. 그런가 하면 챗GPT가 이미 완성된 에세이를 작성해 주는 탓에 일부 대학교에서는 챗GPT 금지령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챗GPT가 우리가 그간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구글 검색엔진을 대체할 것이라고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초기 데모 버전인데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실제 챗GPT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기자는 직접 챗GPT에 각종 질문을 건네 봤다.
◆‘챗GPT에 대한 기사 써 줘’ 물으니 ‘물론입니다’…제목부터 서두까지 그럴싸
가장 먼저 영어로 ‘챗GPT, 다른 언어로 말할 줄 아니?’라고 질문했더니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를 말하고 이해할 수 있으나 각 언어에 대한 숙련도는 다를 수 있으며, 기본 언어는 영어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한국어도 지원한다. 다만 속도는 영어에 비해 다소 느리다.
챗GPT가 무엇인지 챗GPT에게 물어보니, ‘사람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하며, 언어 번역과 텍스트 요약 등 다양한 작업에 사용할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챗GPT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자 ‘챗GPT: 혁신적인 언어 모델(The Revolutionary Language Model)’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문단 분량의 짧은 예시 기사가 등장했다.
아래는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해 간단하게 번역한 내용이다.
최근 몇 년간 고급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자연어처리(NLP)는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그 알고리즘 중 하나는 오픈AI에서 만든 언어 모델 챗GPT다.
챗GPT는 40기가바이트(GB)가 넘는 텍스트 데이터에서 훈련돼 자연어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인 기능 중 하나는 주어진 프롬프트(운영체제에서 AI에 보내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텍스트를 완성하는 기능이다.
텍스트 완성 외에도 챗GPT는 언어 번역 및 텍스트 요약과 같은 다른 NLP 작업에도 사용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챗GPT는 NLP 분야의 상당한 발전을 나타내며 우리가 기술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부르디외가 챗GPT를 봤다면 어땠을까?’ ‘AI의 잠재력에 관심 가졌을 것’
이번엔 각종 철학 이론을 물어보기로 했다.
‘실존주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냐’고 묻자 ‘실존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 삶의 본질적인 무의미함을 강조하는 철학적 운동이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등장해 대중화됐다’라는 말을 서두로 이론의 특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질문에 ‘아렌트는 1961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아이히만의 재판에 참석했고, 이후 재판에 대한 책이 출판돼 많은 논쟁을 불러왔다’라고 말했다. 두 이론 모두 단순 정의 나열이 아닌, 발생 시기와 등장 당시 반응 등까지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실존주의와 악의 평범성의 공통점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 달라’고 전했다.
곧바로 ‘겉보기에 이질적인 개념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라면서 ‘두 이론 모두 인간의 존재와 책임, 자유의 본질에 대해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진 4~5문단에서 두 이론의 공통점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 문단에서는 ‘결론적으로 두 이론은 관련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중요한 공통점을 공유한다’라며 총정리를 하기도 했다.
두 이론의 공통점은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검색엔진에 검색해도 관련 정보를 거의 얻을 수 없다. 특정 논문 사이트나 서적에서 겨우 찾을 수 있는 정도다.
챗GPT는 무리 없이 공통점을 짚어 내고, 매끄러운 문장으로 정리까지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일부 대학교가 챗GPT를 ‘커닝 도우미’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해됐다.
한층 복잡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챗GPT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해 봤다.
그랬더니 ‘아리스토텔레스는 챗GPT와 같은 언어 모델 개발은 고사하고,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 고대 그리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가 챗GPT나 다른 AI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든 철학자에 대해 이렇게 답한 것은 아니다. ‘부르디외가 챗GPT를 보고 뭐라고 했을까’라는 질문에는 ‘부르디외는 챗GPT를 볼 수 없었지만 살아 있었다면 AI의 사회적 영향과 AI가 기존 권력 구조와 불평등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방식 등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챗GPT도 모르는 게 있다.
비교적 최신 사안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데뷔한 국내 아이돌 그룹 ‘템페스트’를 아느냐고 묻자 이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BTS나 EXO, NCT 등 다양한 다른 한국 아이돌이 있다’라며 ‘만약 특정 그룹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에게 알려달라’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가전 및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내 정보는 2021년에서 끊겨 있다’라면서도 CES가 언제 처음 탄생했는지, 어떤 기업이 참가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AI의 미래, 챗GPT가 이끌까…기업 가치 두 배 이상 뛰어
직접 경험해 본 챗GPT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와 같을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빨리 찾아온 AI의 창구’.
챗GPT를 통해 얻은 정보를 다시 검색해 보니 정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완성된 문장으로 답변해준다는 점도 획기적이었다. 물론 한계 역시 분명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집한 정보다 보니 신뢰도가 다소 떨어진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이달 초 290억달러(약 36조180억원)로 평가됐다. 지난해 140억달러(약 17조3880억원)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챗GPT가 정말 새로운 AI의 세계를 열지, ‘반짝’ 신드롬으로 끝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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