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K반도체위기①] TSMC에 이익 10배 뒤진 '삼성', 10년 만에 적자 'SK'

김도현
- 지난해보다 올해 부진 더 클 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 1위를 재차 내줬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TSMC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255억3200만대만달러(약 25조6600억원), 3205억4100만대만달러(약 13조15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42.8% 영업이익은 77.8%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시장 둔화로 TSMC마저도 2년 만에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인 6360억대만달러(약 26조1000억원)에 미치진 못했으나 압도적인 영업이익률(52.0%)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DS부문) 매출 19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3분기 이어 4분기도 TSMC에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물론 영업이익은 10배 이상 차이나게 됐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매출을 TSMC보다 적은 19조∼20조원대로 예상한다. 4분기 낸드플래시 사업 적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나 2분기에 반도체 부문 전체가 분기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도체 수탁생산만 하는 ‘순수 파운드리’ TSMC가 반도체 설계·생산에 메모리까지 하는 종합반도체회사(IDM) 삼성전자를 2개 분기 연속 앞지른 건 이례다. 앞서 삼성전자는 전 사업 부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을 모두 합쳐도 TSMC보다 3배 이상 뒤처진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대비 등락이 큰 메모리 위주인 SK하이닉스는 더욱 심각하다. 참고로 메모리 산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가 대부분으로 품목이 단조로운데다 응용처가 서버와 PC 등에 몰려 있어 업황에 민감하다. 시스템반도체는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서 일부가 무너져도 다른 쪽에서 상쇄할 수 있어 덜 예민한 편이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2022년 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1조6556억원)보다는 4분기 영업손실이 적을 것으로 관측되나 1조원 전후 마이너스가 유력하다.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의 분기 적자는 2012년 3분기 이후 약 10년 만이다.

문제는 2023년 1분기에는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큰 부분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지속, 미중 갈등 및 러우 전쟁 장기화, 고객사 재고 조정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이다. 메모리는 물론 시스템반도체까지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웬델 황 TSMC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작년 4분기는 수요 둔화와 고객들의 재고 조정에 따른 영향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요 업체들은 투자를 줄이거나 감산에 나선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 목표액을 320억~360억달러로 책정했다. 전년(363억달러)보다 낮은 수치다. 인텔은 감원 등을 통해 3년간 최대 100억달러 비용을 아끼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조원 후반대였던 투자 규모를 올해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마이크론은 생산 20% 시설투자 30% 직원 10% 축소를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9% 급감한 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수준은 유지하는 대신 공정 및 생산라인 전환 등을 통한 기술적 감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3분기 또는 4분기까지 반등하지 못할 수 있는 관측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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