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 한 기업이 정부에게 “우리 좀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발언의 주인공은 카카오의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계열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관련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고재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상무는 16일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개최한 ‘바람직한 클라우드 생태계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 과정에서 ‘살려달라’는 표현까지 나왔는데 주어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아니라 국내 클라우드 산업, 정확히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다.

토론회는 정부가 행정예고한 CSAP 등급제 개편에 대한 산·학계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진행됐다.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스마일서브, 나무기술 등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의 국장이 참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우 패널로는 등재되지 않았으나 개별적으로 참석해 의견을 냈다.

국내 CSP의 목소리는 ‘CSAP 등급제 개편을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충분한 준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추진으로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보안상의 구멍, 국내 기업 역차별 등 정부 추진안에 대한 갖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전반적으로 정부 추진안에 대해 비토하는 분위기였으나 기업이 정부와 직접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은 부담스러운 만큼 절제된 표현으로 의견이 전달됐다.

이러던 와중 고재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상무는 자신에게 차례가 돌아오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카카오라는 대기업이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든 지 3년 동안 선제적으로 투자를 이어왔지만 유의미한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또다시 제도가 변하는 것이 막막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CSAP 개편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에게 연락을 받았다. 대부분이 등급제가 도입되면 시장이 얼마나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느냐인데, 우리도 정부에 계속 문의하고 있다. 시장이 어느 정도로 커질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투자도 가능할 텐데, 저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많은 기업들이 보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더라도 사고가 나면 모든 것이 기업의 책임이 되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은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생존과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그간 정보를 믿고 수년간 투자를 해온 기업들도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카카오라는 대기업도 힘에 부친다”고 부연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업들이 배제돼 있음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민간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목표의 정책임에도 사업자가 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고 상무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든 지 이제 3년이 채 안 된다. 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들었던 얘기가 ‘CSAP를 획득해라, 그러면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레퍼런스를 마련하기 어렵다”며 “저희를 좀 살려달라. 기업이 아니라 생태계를 말이다. 사업자들을 같이 산업을 키워나갈 파트너로 인식해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