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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 OTT 시장, “제도적 지원 강화로 글로벌 진출 토대 마련해야”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 더 글로리 등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같은 콘텐츠가 유통되는 OTT 플랫폼 시장은 여전히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의해 견인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은 제작비용 대비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하는 한국 콘텐츠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은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선 결국 자국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로컬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와 각 국가별로 맞춤화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6일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미디어미래연구소(소장 김국진)가 개최한 ‘국내 OTT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 포럼에서 발제를 밭은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결국 자국 가입자 기반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국내 OTT 시장은 가입자 측면에서 물리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나 사업자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레드오션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 비율은 지난해 72%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평균 2.1개의 유료 OTT를 이용 중으로 분석된다.

미국 초고속인터넷 이용가구 약 50%가 4개 이상의 OTT를 이용한다는 결과와 비교하면 성장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용자들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투자자본 확보가 어려운 국내사업자에게는 오히려 생존여부를 불확실하게 하는 요인이 되면서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해외 진출에 앞서 먼저 국내 OTT 사업자의 사업 성장 경쟁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OTT 관련 정책 컨트롤타워의 수립, 글로벌 진출 진흥기구 통합 운영을 통해 실질적인 글로벌 진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며 “또, OTT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여 명확한 정책 수립 및 전략을 수립하고 후발 사업자에 대해 적극적인 진흥 및 지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기반 마련 측면에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OTT 사업자가 투자하는 막대한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제도 도입이 시급하고, 제작비 세액공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30%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동안 방송프로그램과 영화에만 적용되던 동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가 올해부터 OTT 콘텐츠로 확대됐지만, 현행법상 콘텐츠를 직접 제작한 외주사만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세액공제 비율도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은 7%, 대기업은 3%로 20~30% 수준인 해외와 격차가 크다.

아울러 방송보상금 제도 확대를 통해 동일 서비스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개선, 합리적인 음악저작권 사용료 산정 등 OTT사업자가 투자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상원 경희대학교 교수는 “최근 넷플릭스의 광고형 서비스 도입이 OTT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결정적인 단서”라며 “이제 OTT도 가치 증대와 비용 감소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시장 규모 측면에서 세계 7위 수준이지만, 미국 콘텐츠시장은 한국의 약 14배 수준, SVOD 시장은 약 13.4배로 규모의 경제와 콘텐츠 투자 규모 측면에서 경쟁 열위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콘텐츠 제작 경쟁력에 있어선 그러나 K콘텐츠가 상대적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K콘텐츠에 대한 제작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디어 사업자는 한류 콘텐츠를 이용해 한류 확산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동영상 OTT 사업자에 대응해 수출입에 의한 진출, 계약에 의한 진출, 및 직접투자 등을 통해 경쟁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콘텐츠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며 현지 콘텐츠와 한류 콘텐츠간 융합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비즈니스 측면에선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등과의 융합전략이 필요하며, 실시간 방송 등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강조됐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본체(국내사업)가 튼튼해야 한다”며 “지난해 투자받은 2500억원 중 대부분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손익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오징어게임’으로 촉발된 추가보상청구권과 같은 섣부른 법제화는 오히려 국내 OTT와 같은 후발주자의 힘을 빼는 제도”라며 “법제화 전에 실태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는 “OTT 플랫폼과 콘텐츠를 구분해 적재적소에 맞게 지원해야 한다”며 “또 미디어 발전 속도와 달리 정부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어, 이를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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